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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비마(白馬非馬)언어는 하나의 상징체계로 현실을 정돈하고 질서있게 만든다
제민일보
입력 2004-11-14 (일) 21:49:11 | 승인 2004-11-14 (일) 21:49:11 | 최종수정 (일)
중국 전국(戰國)시대 한창 잘 나가던 변자(辯者: 변론에 능한 이)로 공손룡
(公孫龍)이란 이가 살았다. 어느 날 그가 백마(白馬)를 타고 국경을 넘어가
는데 관령(關令: 관을 지키는 관리)이 그를 가로 막더니 사람은 지나갈 수
있지만 말은 지나갈 수 없다고 했다. 그러자 공손룡이 말하길, 흰 말은 말
이 아니요(白馬非馬). 라고 한 마디를 던진 후 유유(悠悠)하게 국경선을 넘
었다고 한다.

장자(莊子)의 논적(論敵)이자 친구였던 혜시(惠施)와 더불어 명가(名家)로
명성을 얻은 그는 이른바 백마론 이외에 견백론(堅白論) 으로도 유명하
다. 그가 제기한 백마비마 의 함의는 다음과 같다. 말(馬) 이란 형상을 규
정짓는 말(언어)이다. 하얗다(白) 는 색(色) 을 규정하는 말이다. 따라서
말(馬) 이라고 하면 누런 말이나 검은 말도 모두 포함된다. 그러나 백마라고
하면 누런 말이나 검은 말은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백마 는 말 과 다
르고, 결론적으로 백마는 말이 아니다. 라는 말이 성립된다.

물론 일반적인 지식이나 생각의 틀에서 본다면 그가 제시한 명제는 합당하
지 않다. 아니 황당하기 그지없다. 무엇보다 헛된 언사로 실질을 빼앗기 어
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그를 배우고자 했던 이들이 줄을
섰고, 언어에 대한 변론이 마치 유행처럼 번졌다. 그렇다면 과연 왜 그랬던
것일까?

무엇보다 당시 세상이 공자가 정명(正名) 을 소리 높여 외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명(名: 언어)과 실(實: 실질)이 분리되어 그야말로 말이 말 같지 않
은 세상이었기 때문이다. 이미 당시 사람들은 언어가 현상을 드러내고 사상
을 생산, 전달하는 수단일 뿐만 아니라 하나의 상징 체계로서 현실을 정돈
하고 질서 있게 만드는 중요한 역량임을 인식하고 있었다. 그것은 곧 상징
이자 권력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좌전(左傳) 에서는 언사가 화평하면 백성
이 하나로 뭉치고, 언사가 즐거우면 백성들이 절로 진정하게 된다(辭之輯矣,
民之協矣. 辭之繹矣, 民之莫矣). 고 말했던 것이다. 이에 공손룡을 포함한 명
가들은 언어의 문제에 집착하여 오히려 명과 실의 문제를 탐구하였던 것이
다. 이후 달걀에도 털이 있다(卵有毛) , 닭은 세 개의 다리가 있다(鷄三
足) , 개는 양이 될 수 있다(犬可以爲羊) , 말에도 알이 있다(馬有卵) ,
불은 뜨겁지 않다(火不熱) 등등 명가의 변론은 점점 그 도가 지나쳐 말이
말을 낳고, 논변이 논변을 낳아 사상의 내실보다는 언어의 유희에 빠졌기
때문에 도태하고 말았지만, 그들의 변론이 전혀 의미가 없는 것은 결코 아
니었다.

문제는 다시 우리에게 돌아온다. 말이 말 같지 않은 세상, 심오한 말과 천박
한 말로 양분되어 속을 알 수 없는 심연(深淵)에서 헤매고 있는 세상, 말이
꼬리를 물고 있으니 말이 말꼬리를 물은 것인가? 말이 말꼬리를 내린 것인
가? 아니 도대체 내가 하고 있는 말이 말인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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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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