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도의사회는 17일 오후 적십자회관에서 회원 140여명이 모인 가운데 비상임시총회를 갖고 현행 의약분업에 반발, 오는 20일부터 집단폐업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조성익 기자>


‘2000년 의료혁명’으로 통하는 의약분업은 ‘진료는 의사에게,약은 약사에게’라는 말이 함축하듯 기존의 의료관행에 가히 혁명적인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의료계는 현행 의약분업안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갖고 있는 만큼 ‘선보완 후시행’을 요구하며 20일부터 집단폐업에 돌입한다.

이와함께 약국들의 의약품 준비부족,보건당국의 늑장대처 등으로 출발전부터 뒤뚱거리고 있어 자칫 의료혁명이 아닌 의료대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도민들은 의약분업이 시행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정부차원의 준비 및 홍보부족으로 정확한 내용을 몰라 불편함과 비용증가를 우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의사들의 반발=의사들은 ‘의약분업의 선보완,후시행’을 요구하고 있다.의사들은 구체적으로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의 재분류,지역의료보험 재정 50%국고지원,약사법 재개정,약화사고에 대한 대책 마련,약사의 임의조제 근절,처방료 및 조제료의 현실화등 10가지를 주장하고 있다.

특히 현행 의약분업안은 의사는 진찰과 처방만을 하는 반면 약사는 진찰,처방,조제를 모두 할 수 있도록 한 기형적인 의약분업안으로 인해 공식적인 의료시스템을 위축시키는 반면 약국 중심의 유사의료시장을 확대시킴으로써 의사의 진료권이 훼손되는 기형적인 분업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제주대 의대생들의 수업거부 결의와 의약분업에 대해 소극적인 제주도치과의사회도 광고를 통해 올바른 의약분업을 위해 제주도의사회의 입장을 지지함으로써 범의료계의 반발로 확산되고 있다.

▲정부 입장=국민건강이 위험수위에 치닫고 있어 더 이상 의약분업을 미룰 수 없다고 강조한다.또한 보건복지부는 이미 의보수가 인상과 처방료와 조제료 인상을 받아들였으며 의약분업 시행후 발생하는 문제점들도 점진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선시행 후보완’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또 보건당국은 20일 예정된 폐업에 대해서도 지도명령과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형사고발등 강경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핵심 쟁점=의사들은 의사의 처방전을 받고 약국에서 조제하는 전문의약품의 비율을 선진국 수준으로 올리라며 의약품을 재분류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2만7952개 의약품중 1만7187개(61.5%)를 전문의약품으로,나머지를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으로 분류했다.

그러나 의료계는 쟁점이 됐던 272개 성분의 의약품중 부작용이 심한 일부 호르몬제제와 항히스타민제등을 포함해 33.6%가 일반약으로 분류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임의조제와 관련,의료계는 약사가 여러 가지 일반의약품을 섞어파는 행위도 임의조제라며 금지를 요구하고 있으며 대체조제에 대해서도 의료계는 의사의 사전 승인을 얻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의료계의 요구사항은 약사들의 이익에 반하는 것들이어서 정부 입장에서는 수용하기가 쉽지 않다.

▲준비부족=의약분업은 국민의 불편을 전제로 한 것이다.그러나 약의 오·남용을 줄이는등장점이 많아 시행키로 국민적 합의를 본 것이다.

그러나 지난 7·8일과 9·10일 서울과 경기도 등지에서 모의테스트를 실시했으나 일부 환자들이 테스트에 응할 경우 한달분의 약값을 정부가 부담하겠다는 제의도 마다하고 현행대로 병·의원에서 약국을 구입하겠다고 밝히는등 국민들의 인식이 매우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도내 모읍지역 약사 김모씨(31)는 “지역주민들이 의약분업에 대해 거의 인식치 않아 문의해오는 경우도 없다”며 “앞으로 의약분업이 시행돼 일부 약품은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 팔 수 있다고 설명할 경우 주민 반발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가 그동안 의약계의 주장과 의약계에 대한 대책마련에만 지나치게치중한 나머지 정작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일에는 소홀히 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또한 약국은 의료계의 반발로 지역협의체가 구성되지 않아 약국들은 전문의약품을 제대로 구비하지 못하고 있으며 전문의약품을 조달받을 배송센터도 제대로 구축되지 않아 읍면지역에서는 약을 제대로 구입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전망 및 보건당국 대책=의료계는 의보수가 인상이나 처방료등 인상이 목적이 아니라 의사의 권한인 진료권을 확보하고 올바른 진료환경을 강구해 나가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그러나 이는 결국 정부의 추가재정 소요와 약사들의 이해와 맞물려 쉽지 타협점을 찾기는 매우 힘들 전망이다.

결국 정부와 의료계가 국민을 위한 차선책을 선택하고 이해당사자인 약사들의 협조가 없을 경우 지난 63년 도입하려다 집단 이기주의에 휩쓸려 무산됐듯이 이번에도 의약분업이 좌초될 가능성마저 있다.

또한 정부가 의약분업을 강행하더라도 의료계의 계속된 반발이 계속될 전망이어서 혼란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한편 도보건당국은 20일 집단폐업에 대해 도내 64개 보건소와 보건지소,보건진료소를 24시간 가동하고 종합병원 응급실의 비상진료체제를 유지하고 응급환자나 중환자 발생 때는 우선 ‘1339’응급환자정보센터로부터 안내받아 병원을 이용할 것을 당부했다.<김석주·박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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