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방에 감초’라는 말이 있다. 그 사전적 의미는 ‘빠질 수 없는’ 물건 또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런 표현이 생기게 된 이유는 과거로부터 거의 모든 한약에는 감초가 빠지지 않고 섞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왜 감초를 꼭 넣어야만 했을까. 혹자는 ‘다른 약의 쓴 맛을 중화시키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과연 그뿐일까.

피부약이 독하다며 기필코 안 먹겠다, 안 바르겠다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그것은 아마도 스테로이드의 부작용을 걱정해서일 터이다.

피부약이 스테로이드만 있는 것도 아니고,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는 것이 무조건 나쁜 것도 아니지만 남용하면 안 좋은 것은 사실이니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감초가 포함된 한약을 먹고 바르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을 하지 않으니 신기한 일이다.
감초는 뿌리를 약재로 사용하는데 글리시리진(glycyrrhizin)이라는 과당과 사포닌이 주성분이다. 글리시리진은 인체 내의 스테로이드를 분해하는 효소를 억제함으로써 외부에서 스테로이드를 투여한 것과 똑같은 효과를 낳게 된다.

그러니 한약을 먹으면 대개 입맛도 좋아지고 몸 상태가 좋아진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감초를 장기간 과량 복용하면 스테로이드의 과량 투여에 의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체의학을 많이 활용하고 있는 선진 외국에서는 감초의 1일 사용량을 구체적인 수치로 제한하고 있다.

의사가 스테로이드를 처방할 때에는 차트와 처방전에 약물명과 용량 등 정확하고 객관적인 정보가 남게 된다. 따라서 과량 투여됐을 경우라도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한약의 경우 각종 약재를 섞어서 조제를 하는 게 보통이고 그 안에 감초 성분이 얼마나 들어있는지는 약을 지은 사람 외에는 아무도 모른다. 문제가 발생을 하여도 왜 그런지에 대한 객관적 자료가 남아있지 않는 것이다.

약의 설명서를 보면 부작용이 깨알같이 많이 적혀있는 것을 보고 ‘양약은 독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부작용의 가능성에 대한 언급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철저히 연구, 검토를 했다는 증거이다. 양약은 부작용이 많아 위험하고 한약은 안전하다는 식의 단순논리로는 객관적인 진실에 접근하기 어려울 것이다.
<피부과의사·제민일보의료자문의원·송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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