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정보통신(IT)기술의 혜택 이면에 자리한 음지는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다.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사이버 범죄의 폭증 사례가 맨 먼저 떠오르지만 최근 전국을 발칵 뒤집어 놓은 수능시험에까지 침투(?)됐다는 소식에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다행스럽게도 제주지역은 수사착수 3일만에 ‘해당 없음’으로 밝혀졌다. 수사과정에서 엉뚱한 대학생 ‘커닝’사건이 적발돼 해당 대학의 이미지가 다소 구겨지긴 했지만 발빠른 수사로 왕년에 전국수석을 배출했던 ‘학력으뜸’제주의 자긍심은 지킬 수 있게 됐다.

역시 제주지역 학생들은 ‘순수’ 그 자체였다. 혹시나 하고 의심을 품었던 어른으로서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다.

경찰의 미숙한 수사도 냉정히 짚어볼 문제다. 이는 전국 14개 지방청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서울지방청과 경찰청과의 자존심 싸움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

실적 다툼 때문인지 앞다퉈 ‘휴대폰 커닝’수사를 확대하겠다고 언론에 발표했다. 지역별로 수사대상을 분류하자 해당 지역언론의 관심까지 온통 집중됐다.

하지만 신중했어야 했다. 어쨌거나 수사도 착수하기 이전에 마치 혐의가 있는 것처럼 비쳐졌기 때문이다. 언론의 앞서간 보도가 문제라고 얘기할 지도 모른다.

물론 의혹을 마치 기정사실인양 청정제주의 위상이 한순간에 떨어진 것처럼 호들갑을 떤 언론의 책임도 자유로울 수 없음을 잘 안다.

수사를 빨리 마무리해 의혹을 말끔히 푼 제주경찰의 수사능력을 뛰어나다. 하지만 조금만 더 신중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2004년 벽두부터 교육감 불법선거로 체면을 구긴 제주교육계가 이번 일로 겪었을 심적 고통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랬다.
<좌용철·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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