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로이드는 ‘지방’(Lipid)에 속하는 물질로 ‘콜레스테롤’이 대표적인 스테로이드이다. 스테로이드의 자랑꺼리는 지금껏 인류가 개발한 약제 중 가장 강력한 항염증작용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심한 관절염 환자도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일어나 걷는다.

금방 숨이 넘어갈 듯 씩씩거리는 천식 환자로부터 피부가 벌겋게 성난 심한 피부염까지 대부분의 염증성 질환에서 스테로이드는 신속한 효과를 나타낸다.

그러나 스테로이드를 남용할 경우 심각한 부작용에 시달리게 된다. 스테로이드는 질병의 원인을 내버려둔 채 증상만 일시적으로 가라앉혀 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속쓰림과 여드름에서 골다공증·백내장까지 다양한 부작용을 낳는다. 면역력을 떨어뜨려 각종 감염질환에 잘 걸리게 한다는 보고도 있다.

한약에 스테로이드 성분이 들었다는 것은 감초 때문이다. 감초를 과량 복용하면 무기질 코르티코이드라는 스테로이드효과가 나타나고, 그것 때문에 오해를 받는 것이다. 스테로이드는 그 종류가 약 50가지가 있는데 그중 크게 당질코르티코이드와 무기질코르티코이드로 나누어진다.

양방에서 소염제로 사용하는 스테로이드는 당질코르티코이드이고, 감초를 과량 복용했을 때 나타나는 것은 무기질코르티코이드 효과이다.

감초를 과량 복용하면 무기질코르티코이드의 대사를 방해하여 무기질코르티코이드가 축적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나타날 수 있는 가성 알데스테론증(부종·혈압·저칼륨혈증 등)을 스테로이드에 의한 면역억제효과로 오해한 것이다.

예를 들어 스테로이드 복용중인 환자가 감초를 과량 복용하면 스테로이드 분해가 억제되어 스테로이드 농도가 높아져 부작용이 더 커질 수도 있다. 그러나 실험에 의하면 감초로 가성 알데스테론증을 일으키려면 하루에 50g이상을 6주 이상 먹어야 하기 때문에 현실성이 없다.

감초는 한마디로 중화제이다. 그래서 약방에 감초라는 말처럼 보통 처방에 오푼(2g) 정도를 넣어 교향악단의 지휘자처럼 하나하나의 약이 튀지 않도록 조절하여 약이 몸 전체에 고루 퍼지도록 도와준다.

그러므로 심적으로 지쳐있는 사람이 초조불안으로 잠을 못 잘 때 한 첩에 두돈(8g)씩 넣어 순하게 안정시키기도 하며, 장이 무력해져서 설사를 할 때는 장 치료에 방해되기 때문에 처방에 감초를 빼 버리기도 하는 것이다. 한약은 그 성질로써 몸의 병리와 연관시켜 적당량을 판단하여 쓰는 것이지 양약처럼 성분을 가지고 쓰는 게 아니다.
<한방의·제민일보한방자문위원·황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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