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나 보호자가 “버짐입니까”라고 물어보는 경우가 흔한데 “예” 또는 “아니오”라고 곧바로 대답을 할 수가 없다. 질문 환자가 생각하는 ‘버짐’의 개념과 피부과 의사가 생각하는 ‘버짐’의 개념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종종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니 서로의 편의를 위해 버짐이라는 말의 개념부터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버짐이라는 말은 피부과학적 용어가 아니기에 의학사전에는 없다. 어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백선균에 의하여 일어나는 피부병’이라고 나와 있으니 마치 피부진균증을 의미하는 것 같다. 그러나 백선 외에 비강진, 건선, 옴 등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정의된 것도 찾을 수 있다.

피부과학적으로 보면 백선은 곰팡이에 의한 질환이고, 옴은 옴 진드기에 의한 전염병이다. 건선 등은 선천적 체질에 의해 피부각질이 은백색으로 두꺼워지는 병이니 전혀 다르다. 이와 같이 다양한 것들을 버짐이라는 한마디로 뭉뚱그려 얘기하니 “버짐이냐”는 질문에 쉽게 대답할 수가 없는 것이다.

백선이나 건선의 공통적인 특징으로 미루어 짐작하건대 버짐은 “인설(각질)이 눈에 띄게 두꺼워지는 증상을 말하는 것’으로 짐작이 된다.

옴은 일반적으로 버짐을 특징으로 하는 병이 아니지만, 면역이 저하된 환자에서 발생하는 특이한 형태의 옴에서는 심한 버짐이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러니 단순히 ‘버짐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의학적으로 별 의미가 없다. 버짐 중에서도 어떤 종류의 버짐이냐에 따라 치료가 전혀 달라지기 때문이다.

얼굴에 하얗게 마른버짐이 피면‘영양실조"가 아니냐고 흔히 묻는데, 최소한 요즘의 대한민국에서 영양실조란 거의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이다.

대개는 백색 비강진으로 진단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가벼운 습진에 의해 각질이 일어난 부위가 햇볕에 상대적으로 덜 타서 하얗게 보이는 것이다.

난치성 질환인 백반증과 비슷해 보이므로 구별을 잘 해야 하고, 곰팡이가 원인인 어루러기도 비슷하게 보일 수 있으므로 올바른 치료를 위해서는 반드시 곰팡이 검사와 우드 등 검사 등으로 이들 질환을 감별할 수 있는 피부과 의사에게 진단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송동훈·피부과의사·제민일보의료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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