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동문제가 또 해를 넘기고 있다. 그러니까 열세해가 넘도록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해결은 커녕 되레 꼬이기만 하고 있어 더욱 분통이 터질 판이다. 누구 때문인가. 탑동은 훤히 알고 있을 것이다.

물론 1차적인 책임은 사업자에 있다. 무엇보다 준공당시 약속한 의무를 저버렸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탑동매립사업이 준공된 것은 1991년 12월 27일이다. 이때 사업자인 범양건영은 200억원 상당의 병문천 복개와 20억원의 장학금 출연을 제주시와 협약했다. 당시 김태환시장은 이를 담보하기 위해 탑동매립지 1400평을 근저당 설정했다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범양건영은 복개사업 일부만 마치고 장학금 기탁등 다른 협약사항은 헌신짝처럼 내팽개치고 있다. 그런가하면 최근에는 약속이행을 촉구하는 여론이 비등해지자 기습적으로 제주지법에 ‘근저당 등기말소 소송’까지 제기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이렇게 막나와도 되는 것인가. 장학금 출연등의 협약은 범양건영측이 개발이익의 사회환원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 그런데도 이제와서 “강압에 의해 이뤄졌다”며 근저당 말소 소송까지 제기한 것은 치사하고 비열한 행태이다. 기업의 사회공익적 기여라는 도민들의 기대를 무참히 짓밟고 만 것이다.

사업자가 이렇게 기고만장하게된 데는 제주시의 잘못도 크다. 자업자득인 셈이다. 부도덕한 기업에 질질 끌려 다니다가 뒷통수를 맞은 것이다. 한해도 아니고 13년동안 제주시는 과연 무얼해왔는지 추궁하지 않을수 없다.

범양건영측이 당초 합의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면 근저당한 토지를 경매처분하는게 마땅하다. 그런데도 제주시는 거꾸로 이땅에 건축허가를 내주고 고도제한까지 완화해주는등 온갖 특혜를 줘왔다. 왜 그랬는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지난해 6월 제주경실련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이러한 문제를 제기하자 당시 김태환시장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장학금을 받아내겠다”고 공언했다. 그래놓고서는 도지사로 말을 갈아타버렸다. 이런 무책임이 어디 있는가.

이 때문에 김영훈 시장이 졸지에 총대를 매게됐다. 그는 이것말고도 산지천다리 부실공사와 관광민속관 부실운영등 전임시장의 설거지 때문에 고역을 치르는게 많다. 그로서는 여간 억울한 일이 아닐수 없다.

그렇다고 뒤치다꺼리를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자칫하다간 애꿎은 시민들의 혈세만 축날수도 있기 때문이다. 설령 사필귀정으로 소송에 이긴다해도 제주시는 잘해야 본전밖에 되지 않는다. 만에하나 소송에서 진다면 장학금 20억원은 물론이고 소송비용까지 날릴 판이다.

이런 일은 비단 이뿐만 아니다. 이보다 앞서 제주시는 현대텔콘 채권확보에 늑장을 부리는 바람에 취득세 10억원 뿐만 아니라 엄청난 소송비용까지 날리게 됐다. 항소심에서도 잇따라 패소했기 때문이다. 당국의 안일하고 느슨한 대응이 행·재정적으로 얼마나 많은 손실을 가져오게 되는지를 웅변해주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제주시는 ‘탑동송사’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반드시 정의가 이긴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시민들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모든 법적 행정적 조치를 강구해야할 것이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전임시장의 책임이라하여 가벼이 넘기다가는 집안망신만 당하게될지도 모른다. 몸주고 뺨까지 맞아서야 되겠는가. <진성범ㆍ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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