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신력을 생명으로 여겨야 할 체신업무가 흔들리고 있다. 가장 기본적이고 고유 의 업무인 우편물 배달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우편물이 늑장 배달되는 사고가 잦아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관련당국은 전혀 개선할 의지조차 보이지 않고 있어 불신감만 쌓이고 있다. 정보화시대를 맞아 정보통신분야는 초고속으로 나가고 있지만 우편분야는 오히려 뒷걸음을 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우편물의 배달 지연으로 불편을 겪고 낭패를 당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각종 공연 등 행사 일주일전에 보낸 안내엽서나 초청장이 늑장 배달되는 건 매우 흔한 일이다. 이로 인해 주최측이나 참석자는 낭패를 당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금전과 시한에 직결되는 카드결제나 납세와 관련된 각종 고지서가 마감 일이 임박해서 도착하는 경우까지 생기고 있다. 심지어 제주시내에서 제주시내로 발송된 우편물이 열흘이 지나서야 배달이 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건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우편물 배달 지연의 근본 원인은 한정된 인력으로 폭증하고 있는 우편물량을 소화하지 못하는 데 있다. 제주체신청에 따르면 집배원들의 1인당 하루 적정 배달 물량은 1000∼1200통이지만 최근에는 갑절이 넘는 2500여통에 이르고 있다. 우편물량도 해마다 20%씩 늘고 있지만 집배원 수는 3년 전이나 마찬가지이다. 정규직원은 오히려 줄어들어 계약직 집배원과 시간제 직원을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전문성을 요하는 배달 업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각종 홍보물의 범람도 배달을 지연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가정이나 직장에서 뜯어보기도 전에 쓰레기통으로 버려지는 우편물의 물량도 엄청나기 때문이다.

정보화시대를 맞아 정보통신 분야에 비해 열세를 보이고 있지만 우편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우편의 생명은 신속과 정확함에 있다. 이를 위해서 관련당국은 시급히 집배원들의 과중한 업무를 덜어주고 전문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들 전문인력에 걸 맞는 보수도 보장해줘야 하는 건 물론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관련당국이 개선방안을 알고는 있으나 해결하고자 하는 적극성과 실천력이 없다는 데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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