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겨울방학을 맞은 지도 어느새 20여일이 훌쩍 지나갔다. 아직은 겨울방학이 많이 남아있긴 하지만 해놓은 것이 없는 아이들에겐 앞으로의 시간도 비슷할 터. 처음에는 꽉짜여진 계획을 세우고 하루 이틀은 따라가보지만 어느 순간 계획은 계획으로 그치기가 일쑤다. 혹자는 그게 ‘방학’이라고 하기도 하지만 왠지 개학이 다가오면 ‘뭐라도 하나 할 걸’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도 방학이 아닐까. 그런 아쉬움을 이번에는 책으로 한번 채워는 건 어떨까. 최근 어린이들을 위한 책이 동화에서부터 역사서, 고전 등 다양하게 출간됐다.

#어린이의 상상력 키워주세요

잔잔한 감동과 함께 어린이의 상상력을 키우는 건 동화책만한게 또 있을까. 바우솔에서 나온 「눈사람아, 춥겠다」(설용수 글·이수민 그림)는 눈사람에게 겨울 외투가 필요하다는 다소 엉뚱한 상상력을 발휘한 책이다. 바람이 쌩쌩 부는 추운 밤. 넒은 들에 혼자 서 있는 눈사람이 까치며 곰 등이 제 가진 것을 하나씩 덜어내어 모자도 씌워주고 털외투를 입혀줍니다. 정작 눈사람을 따뜻하게 하는 건 눈으로 만들어진 눈모자와 눈외투지만 추워하는 눈사람을 따뜻하게 해 주려고 자신들의 털을 뽑아 옷을 만드는 동물들의 마음에 추운 겨울이 하나도 춥지 않습니다.

길벗어린이는 엄마옷을 입고 즐거워하는 「엄마 옷이 더 예뻐」(글·그림 황유리)을 펴냈다. 좌충우돌 엄마의 옷장을 놀이터 삼아 노는 어린이의 이야기. 작가는 자신이 어릴 적 경험과 딸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생활 속에서 어렵지 않게 만나는 작은 사건을 통해 큰 옷을 입고 어른 흉내를 내고 싶은 어린이의 심리를 즐겁게 풀어냈다.

세계 곳곳에 전해 내려오는 온갖 마법의 이야기의 향연을 펼쳐내는 달리의 「마법사 이야기」(피오나 워터스 지음·페이비언 네그린 그림·이민아 옮김)도 컴퓨터에 익숙한 어린이들을 상상의 세계로 안내한다. 독일의 ‘기란돌라의 반지’에서 영국의 ‘쇠모루에 박힌 검’ 등 12편의 신기한 마법사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들이 마법사의 도움으로 운명에 맞서거나 진실한 사랑을 이룬다는 내용은 길고 긴 겨울밤 좋은 친구가 된다.

아이들의 마음속에 잔잔한 감동을 전해줄 동시집 「아기 까치이 우산」(김미혜 지음·한수진 그림)도 창비에서 나왔다. 천진스럽고 호기심많은 아이가 노래한 가족과 자연에 관한 시들과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을 따뜻한 손길로 어루만지는 시 등 모두 59편이 실려 있다. 이리저리 폴짝 뛰고 개굴개굴 울어대는 개구를 보고 “올챙이들 다 깨겠다”며 “개구리, 어른 맞냐”고 물어보는 시 ‘어른 맞아요’등 읽은 이이게 미소를 머금게 한다.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서도 희망을 찾아내는 스룰릭도 만나보자. 푸른숲의 「스룰릭」(우리 오를레브 지음·황세림 옮김)은 유대인 소년 주인공을 통해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힘과 의지를 보여준다. 실존 인물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이름은 잊어버리되 유대인이라는 사실을 잊지말라’는 아빠의 당부를 가슴에 새긴 채 두려움 가득한 세상을 떠도는 주인공의 눈물겨운 행보가 펼쳐진다.

나쓰메 소세키의 대표작 「도련님」도 읽어볼 만 하다. 이 책은 일본의 세익스피어라 불리는 저자가 1906년에 발표한 작품. 단순하고 막무가내이지만 마음만은 올곧았던 도련님이 시골의 중학교 교사가 돼 겪는 이야기다. 서울대 인문과학연구소에서 청소년이 읽어야 할 필독서로 꼽히기도 했다.

#우리 같이 고민을 해결해보지 않을래

주니어김영사에서 펴낸「피타고라스 구출작전」(김성수 글·최영란 그림)은 피타고라스의 제자가 되는 세 아이들의 모험 가득한 이야기다. 타임머신을 타고 2500년 전의 고대 그리스로 날아간 아이들은 피타고라스 제자가 되고 싶다는 말 한마디로 감옥에 갇히고, 피타고라스는 누군가에게 슛기고, 피타고라스를 돕느라 수많은 위험을 겪으면서도‘수학은 원리와 규칙속에서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길벗어린이에서 펴낸「머리에서 발끝까지」(바바라 술링 글·에드워드 밀러 그림)는 신비로운 자연물인 우리 몸에 대해 유쾌하게 풀어내는 과학 그림책이다.과감한 일러스트와 쉽고 재밌는 설명은 그림책보기를 즐기는 아동에서부터 정보를 원하는 초등학생까지 두루두루 볼 수 있다.

영교출판이 펴낸‘한국어린이들이 말하는 50가지 생활이야기’란 부제의「이럴땐 어떻게 하죠?」(이정 글·승문정 그림)는 가까운 친구에게도 털어놓기 어려운 고민이 생겼을 때, 여러 가지 일들이 잘 이야되지 않을 때, 이 책이 그 고민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준다.

대교출판에서 나온「어린이 카네기 리더십」(최염순 글)은 정통 리더십 교육의 상징인 카네기연구소에서 제안하는 알기 쉬운 어린이 카네기 리더십이다. 어린시절부터 인간관계가 중요시 되고 있는요즘책은 어린이들에게 바른 인간관계와 진정한 리더십의 기초를 세워주어 바른 가치관을 가진 리더로 자랄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우리의 옛날 이야기도 읽히세요

옛날이야기는 재미와 함께 옛 선인의 재치와 지혜를 동시에 배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겨례아이들에서 나온 「금방울전」(임정자 글·양상용 그림)도 그런 책이다.

이 책은 새롭게 엮인 옛소설 「금방울전」 「홍계월전」을 담고 있다.

「금방울전」은 전생의 인연으로 이 세상에 사람으로 태어난 용자와 금방울로 태어난 용녀가 갖은 우여곡절 끝에 운명적인 사랑을 이루는 이야기다. ‘또르랑또르랑’ 굴러 다니는 모습이나 못된 사람이 만지려고 하면 불처럼 뜨거워지기도 하고, 해룡을 위해 요괴의 몸속으로 기꺼이 뛰어드는 용감성은 어린이들이 흥미를 느낄 만 한다.

이 책에 담긴 또 한편의 옛이야기 「홍계월전」은 여자로 태어났으나 남자로 행세하며 보국과 함께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하지만 여자임이 드러나면서 한순간에 집안에 들어앉아 있어야 하는 신세가 되고 보국으로부터 외면당한다. 그러나 또다시 나라가 위기에 처하자 계월은 또한번 나라를 구한다. 이 이야기는 억눌려 살아야 했던 여성들의 세상을 향한 바람을 담고 있다.

상상력의 보고인 옛이야기를 담은 시리즈 ‘한겨레 이야기’의 마지막 25권을 장식하는 책이다. 이 책과 함께 그동안 발간된 인물설화편과 전설편, 민담편, 고전소설 등 25권 속에 담긴 80여편의 이야기도 찾아서 읽어볼 만 한다.

현암사에서 나온 「가려 뽑은 삼국유사」(최선경 글·안태성 그림)와 「삼국사기 열전」(고운기 글·안태성 그림)도 시공을 넘나드는 지혜를 오늘의 언어로 되살려 재미있게 음미할 수 있는 책이다. 원작을 훼손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해 한문으로 된 문장은 한글로 풀고 고사는 해설을 곁들여 이해를 돕는다.

「… 삼국유사」역사와 설화,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드는 삼국유사에서 흥미진진한 이야기나 상상력을 자극하는 환상적인 이야기, 삶의 철학이 담긴 이야기 7개를 골라 엮었다.

「삼국사기 열전」은 삼국사기 열전에 실린 이야기만 추려 청소년 눈높이에 맞게 감칠맛 나게 풀어낸 책이다. 통일 전쟁기에 활약한 인물, 전장에서 순국한 충의열사, 왕을 죽인 사람, 나라를 망친 역신, 열녀, 효녀이야기 등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안목과 살아가는 지혜를 배운다.

#그 옛날 선조들의 삶은 어떠했을까

어린이들을 위한 역사사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우선 엄마가 들려주는 국난극복 이야기로 가교에서 나온 「전쟁의 역사 1·2」(신정현 글·정영훈 그림)은 무기와 지도로 생생하게 느껴보는 전쟁이야기다. 이 책은 고조선부터 한국전쟁까지 국가적 위기를 맞게 했던 전쟁이야기를 중심으로 싸움이 어떻게 전개됐는지 또 싸움은 어떻게 끝이 났는지, 그 속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어린이 눈높이에 맞췄다. 다소 어려울 것같은 역사를 재밌는 옛날이야기를 하듯 엄마의 말을 빌어 차근차근 풀어나간다.

이 책은 시대별로 정리돼 있으며 단원 맨 마지막에는 ‘엄마랑 함께 하는 역사이야기’를 통해 어린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생각을 아들과 대화형식으로 꾸몄다.

한국 만화계의 거장, 이현세의 그림으로 다시 보는 「만화 한국사 바로보기」도 추천할 만 하다. 최근 「선사시대와 고조선」 「삼국시대(상)」에 이어 「삼국시대(하)」가 녹색지팡이에서 나왔다. 이 책의 특징은 대개의 아동 역사책이 왕조 중심의 정치사에 치우친 데 비해 민중의 삶을 주로 다룬 생활사까지 그 폭을 넓힌 것이다. 3년여에 걸친 준비 작업과 역사 전문가의 꼼꼼한 감수로 역사의 현장을 생생하게 복원할 뿐만 아니라 역사 지식을 글과 그림 속에 자연스럽게 풀어놓고 있다. 각 장 뒤에 본문과 관련된 역사상 비중있는 사실이나 유물과 유적, 지도 등 볼거리를 담은 ‘역사 박물관’코너도 알짜.

휴머니스트에서 나온 「우리 아이와 함께 하는 즐거운 역사공부」(윤종배·이성호·배성호 글·이은홍 그림)은 초등학생과 학부모를 위한 즐거운 역사 체험학습 길라잡이다. 이 책은 초등학생의 눈으로 역사를 바라보는 「만화 살아있는 한국사」를 활용하기 위해 기획됐다. 때문에 연대별로 역사를 논하기 보다는 역사공부를 하면서 필요한 부분에 존점을 맞춘 활용방안을 소개한다.<현순실·강태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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