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찌기 프랑스를 구하라는 신의 계시를 받았다는 잔 다르크.그녀는 전의상실의 프랑스군을 일으켜 세워 위기의 프랑스를 구했다.열일곱살의 시골뜨기 소녀에 불과했던 그녀는 일약 구국의 전사로서 프랑스의 국민적 영웅이 됐다.그러나 그녀는 마녀로 몰려 화형에 처해졌다.국민적 영웅이었던 그녀의 마녀 혐의는 정략의 산물이었다. 그녀는 이른바 정치적 희생양이었다.

당시 프랑스 왕실주변은 왕위계승을 둘러싸고 다수파 부르고냐파(派)와 소수파인 아르마냐크파가 대립을 하고 있었다.부르고냐파는 다수파란 위세 외에도 배후에 막강 영국을 업고 있었다.그들은 프랑스 왕실의 인척인 영국의 왕 헨리5세를 프랑스 왕으로 옹립하려 했던 세력이었다.반면 아르마냐크들은 신의 계시대로 왕위를 차지한 샤를 왕세자의 추종자들이었다.하지만 그들은 정치권에서는 소수파에 불과했다.왕위 쟁탈전에서 밀린 다수파 부르고냐.그들은 종교재판을 열어 잔 다르크를 마녀로 몰아 세웠다.여기에는 샤를왕의 권위와 세력들을 동반 추락시켜려는 다수파의 음모가 깔려 있었다. 잔 다르크의 마녀재판 이후 마침내 유럽은 '마녀사냥'의 광풍에 휩쓸렸다.

한국정치의 새희망이라고 하는 이른바 386세대 정치인들이 뭇매를 맞고 있다.5.18광주민주화운동기념일 전야에 단란주점에서 술판을 벌였다고 해서다.때와 장소를 구분하지 못하고 초상술에 권주가까지 불렀으니 박수를 받을 일은 결코 아니다.컴퓨터 통신은 물론 도하 언론 모두가 그들을 몰아 세우고 있다.하지만 그것이 약간의 실망감과 허탈을 넘어 격분과 비난이란 언론들의 표현에는 고개가 갸우뚱 거려진다.마치 중세기 마녀사냥을 연상케 해서다.

작금 언론으로부터 뭇매의 대상인 김모,박모씨 등등.그들중의 몇몇은 그래도 어둠의 시대를 불살라 오늘의 광주기념일이 있게한 주역들이다.광주의 비극이 5공의 치세에 묻혀져 있던 85년,미문화원을 점거해 그날의 비극을 국내외에 알렸고 광주민주화 운동의 동력을 제공한 장본인(?)들이다.그들의 일순간 가무음곡이 과연 언론으로부터 치도곤을 당할 만큼의 잘못인가.우리의 술자리 문화가 그렇게 큰 죄악이었다는 사실에 모골이 송연하다.

정치권의 386세대, 그들은 그나마 막가판식 우리 정치판의 희망이다.최선(最善)은 아니더라도 차선(次善)의 기대주들이다.차선인 그들이 어쩌다 차악(次惡)을 범했다고 해서 최악(最惡)으로 몰아 최악이 다시 미소 짓게 할수는 없는 일 아닌가.<고홍철·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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