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탄 살라딘」

지난해 10월 말경, 미국 대선을 며칠 앞두고 오사마 빈 라덴이 미국민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전파를 탔다.

이를 두고 빈 라덴의 진위 여부와 미 대선의 판도에 사람들은 촉각을 곤두세웠다. 많은 사람들은 이번 빈 라덴의 행동이 부시의 승리에 결정적인 도움을 줄 것이라고 예견했고 실제로 부시가 재선에 성공했다. 이즈음, 누군가로부터 ‘빈라덴의 메시지가 부시와 케리 중 누구를 지원하는 것 같냐’질문을 받은 저자는 서슴없이 부시를 지목했다. 부시와 빈 라덴은 서로를 적대시함으로써 오히려 서로를 강화시켜주는 독특한 동맹관계에 있는 것이라며.

저자는 이 책에서 부시와 빈 라덴, 김일성과 박정희, 대중과 독재 등 서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들이 실제는 서로의 존재가치와 그 힘을 지탱해주는 원천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중심의 민족주의 권력과 주변의 민족주의 권력의 숨겨진 동반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 저자는 그런 동반 관계를 ‘적대적 공범자 관계’라 명명하고 폭로함으로써 이를 뒷받침하는 힘의 원천을 무력화시킨다.

이 책의 칼날은 한국 민족주의에 대한 비판에서 버려졌지만 그 칼끝은 국가주의와 민족주의 심장을 향하고 있다. 소나무·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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