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제주시의회 본회의장.

김영훈 제주시장이 시정연설을 마친 뒤 불과 몇 분 지나지 않아 또 다시 의회 단상에 올랐다.
그리 밝지 않은 얼굴에 발걸음도 무거워 보였다.

김 시장은 이어 의회 단상에 서서 ‘책임을 통감한다’ ‘관리를 제대로 못한 책임이 크다’ 등등의 표현을 동원하며 시민들에게 사과의 말을 전했다.

왜, 어떤 이유로 김 시장이 의회에서 30만 시민을 대상으로 때아닌 사과의 메시지를 전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은 바로 우유 배달사고에 있었다.

안창남 의원이 이날 5분 발언을 통해 저소득층 자녀 우유 무상공급 사업이 예산만 낭비한 채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다는 문제점을 지적한 후 김 시장의 사과가 이어진 것이다.

서귀포시 부실 도시락 파문으로 전국이 시끄러웠던 사실이 채 잊혀지기도 전에 이번에는 우유 배달사고가 터진 셈이다.

이번 우유 배달사고를 유심히 들여다보면 제주시정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업을 시행하는 5년 동안 단 한번도 우유 배달 실태를 확인하지 않았으며 업체가 제출한 확인서만 철석같이 믿고 수억원의 대금을 지불했다.

예산절감 차원에서 절전·절수 등의 캠페인을 벌이면서 한편으로는 시민의 혈세를 물쓰듯 펑펑 낭비해온 셈이다.
시 예산이 아닌 자신의 호주머니를 털어 이같은 사업을 벌였다고 생각하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김 시장의 이번 사과를 끝으로 이제는 어려운 이웃 등을 볼모로 행해지는 전시행정이 사라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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