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동 매립은 내 안의 소중했던 친구를 산채로 묻어버렸고 가끔은 콘크리트 도로위에서 수평선을 바라보며 옛날의 기억을 더듬으며 흐느낍니다’

한 시인이 먹돌이 가득 차있던 옛 탑동의 모습을 그리워하며 써 내려간 한 구절이다.

도민들에게 너무나도 친숙한 제주 먹돌이 항만 공사를 위한 매립과 무관심으로 우리 곁에서 점점 멀어져만 가는 모습에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제주해경은 지난 3일 제주 자연석을 불법으로 채취해 일반 가정집에 보관해 오던 자연석 밀반출 업자를 적발했다.

수십톤의 자연석이 보관돼 있던 가정집에서 유난히 검은 차광망으로 쌓여진 돌무더기가 기자의 눈에 띠었다. 수백점의 바다 먹돌.

해경의 수사결과, 먹돌은 서귀포시 해안가 먹돌 분포지에서 반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문뜩 다른 분포지가 떠올라 확인한 결과, 반출 경고 표지판은 아예 없고 수톤의 쓰레기가 먹돌과 함께 뒤엉켜 있었다.

관할지역에 대규모 먹돌 분포지가 있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지자체.“가치 평가가 없어 보호자원 지정을 할 수 없다”는 대답. 먹돌이 방치된 이유가 너무 쉽게 풀려버렸다.
수 세기동안 바다와 싸운 제주를 닮은 먹돌이 이제는 무분별한 개발속에 지자체의 천덕꾸러기로 변질될까하는 우려가 머릿속을 맴돈다.

지자체는 더이상 이 먹돌들을 방치해선 안된다.
지자체가 조속히 분포지에 대한 실태조사와 보호대책에 나서야 혹시 모를 제2의 탑동 먹돌 사건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현유섭·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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