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행정계층구조 개편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여야 국회의원들이 뒤늦게 전국단위의 행정개편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독자적으로 추진해온 제주도 개편작업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현재 국회의원들이 내놓은 행정구역개편의 골격은 대동소이하다. 16개 시·도와 235개 시·군·구를 인구수에 따라 70개 내외의 광역자치단체로 통폐합한다는 것이다. 일제가 식민지 통치를 위해 만들어놓은 행정구역이 지방행정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이유에서이다.

이는 제주도가 2002년 계층구조개편에 본격 나서게된 동기와 일맥상통하고 있다. 그러고보면 제주도민들의 의식이 꽤나 앞서가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나 정치권이 나서기 전에 도민 스스로가 먼저 팔을 걷어부쳤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당선자 시절 제주도가 보고한 이같은 개편방안에 대해‘전국에서 가장 혁신적 발상’이라는 평가를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제주도 행정구조개편은 아직도 눈치만 살피며 갈팡질팡하고 있다. 워낙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안인데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어느 시장 군수인들 자신들의‘밥그릇’이 없어지는데 가만히 보고만 있겠는가. 시군의원등 정치지망생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당시 재출마를 고려치 않고있던 우근민지사가 눈앞의 표를 의식하지않고 임기내에 이를 추진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던 것이다.

그러나 김태환도정이 출범하면서 행정구조개편은 겉잡을수 없는 혼미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당초 세웠던 추진일정마저 안개속으로 사라졌다. 과연 언제쯤 이 문제가 매듭될 것인지조차 종잡기 어려운 형국이다.

이런 지경에 나온 ‘국회차원의 논의’는 제주도 행정개편의 물줄기를 바꿔놓을 것으로 보인다. 김지사의 입장으로서는 "정치적 부담"을 덜수 있다는 점에서 호재로 악용될 공산도 없지않다. 행정개편에 따른 정치적 모험을 걸지 않아도 될뿐만 아니라 모든 귀책사유를 정부나 국회로 돌릴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에 하나 그렇게 된다면 제주도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도민들의 뜨거운 열망에따라 순수하게 출발해온 행정계층개편은 끝내 무산되고 말지도 모른다. 때문에 여기서 독자행보를 멈춰서는 절대 안된다. 국회차원의 추진을 핑계삼아 도망갈 구실을 찾는 것은 책임회피의 전형에 다름아니다.

오히려 제주도는 선봉에 서서 전국의 행정개편을 리드해야 한다. 이를위해 도는 국회의 논의를 도민설득과 통합의 호기로 활용하여 행정개편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할 것이다. 그래서 제주형 자치모델을 하루빨리 마련해 지방행정개혁을 선도해야 한다. 그것이 특별자치도 도민들의 자존을 지키는 길이다.

그런 측면에서 도는 국회의 논의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도가 하기에 따라서 정치권의 움직임은 제주도 행정개편추진에 탄력을 불어넣을수 있다. 즉, 국회의 안과 같은 당초의 혁신적 구상안을 채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도가 정녕 초심대로 행정개편을 추진할 의지가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다고 본다.

그렇지 않고 도가 시끄러운 길을 돌아갈 요량으로 국회쪽 논의만 쳐다본다면 시간끌기 전략이란 비난을 피할수 없을 것이다. 어떻게든 내년 지방선거 때까지는 피해보겠다는‘선거지상주의’를 버려야 한다. <진성범.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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