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과 거짓말」,「 청춘가를 불러요」, 「국자이야기」

「비밀과 거짓말」은 소설가 은희경씨가 3년만에 펴낸 장편소설이다. 이 소설은 여덟 번째 책이자 다섯 번째 장편소설로, 2003년 여름부터 2004년 봄까지 계간「문학동네」에 연재했던 글이다.

소설은 산 자와 죽은 자들에 의해 회고되는 고향, K읍의 이야기이다. 소설가 하성란씨의 말대로 소설은 의심스러운 죽음과 출생이 맞물려 진실로 믿었던 사실들이 거짓과 비밀이었다라는 것이 탄로되기에 이르르면 손에 잡힐 듯 그려지던 고향 K읍은 사막의 바람 속에 모래 알갱이로 흩어져버린다. 우리는 고향에 가도 영원히 방문자일 뿐이라는, 살아서도 객사귀(客死鬼)처럼 떠돌아다닐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자들이라는 전언에 소름 끼치는 책. 문학동네·9000원.

걸쭉하고 능청스런 입담과 구수한 사투리를 구사하는 한창훈씨의 소설집「청춘가를 불러요」는 유쾌한 반란과 익살을 동시에 보여준다. 표제작‘청춘가를 불러요’를 비롯해 2004년 이효석문학상 추천우수작인‘주유남해’, 2002년 이상문학상 추천우수작 ‘여인’ 등 10편의 단편소설을 담았다.

소설은 경쾌한 삶의 모습을 다양한 인간 군상을 통해 펼친다. 노년을 쓸쓸하게 보내는 손여사와 이영감이 우연히 포르노테이프를 함께 보며 거침없는 입담을 풀어놓는다는‘청춘가를 불러요’, 산골로 요양을 온 사내와 마당 옆 논 주인 부강댁이 티격태격 정을 쌓아가는 ‘꽃피는 봄이 오면’, 사랑으로 서로를 감싸주는 주낙 어장 부부 이야기 ‘주유남해’ 등 나이듦에 대한 생각과 생활, 현 세태에 대한 풍자를 엿볼 수 있으며, 거대한 물결로 밀려오는 삶의 변화와 고독과 외로움, 헛헛함을 그려낸 다양한 작품들을 담아냈다.

또한 포기하지 못한 사랑이야기나, 소설가라는 직업에서 오는 고통과 고뇌를 표현해낸 작품도 만날 수 있다. 한겨레신문사·9000원.

소설가 조경란의 단편집「국자이야기」는‘국자 이야기’‘좁은문’등 단편이 8편 묶여있다.

작품 속에서 끊임없이‘나’를 이야기하는 것은 조경란 소설의 가장 큰 특징.‘국자 이야기’의 주인공은 삼촌을 이해하고, 자전적 이야기 ‘나는 봉천동에 산다’에서 주인공은 아빠와 화해하고, ‘좁은문’의 주인공들도 서로의 마음을 읽듯이 그는 언제나 타인을 통해 자신을 이야기하고 나를 통해 또한 타인을 이야기하며, 마침내 관계를 이야기한다.

문학평론가 손수정은 해설에서‘나를 이야기하는 칼리그람(글자로 된 그림)’으로 조경란 소설에 주목한다. 문학동네·8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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