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면이물(애월읍 봉성리)
◈돔배물·빌레물(애월읍 어음2리)

 5월이다.숲의 가치가 드러나는 때다.신록으로 슬슬 옷을 갈아입기 시작한 이 땅의 아름다운 풍광을 덤으로 감상하며 애월읍 관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잡은 어음2리로 간다.

해발 200고지, 어음2리로 가는 길은 우리가 그리던 시골길이다.이제 막 밭갈이를 끝낸 밭에서는 이랑을 타고 흩어지는 흙냄새가 구수하고 길가에 흐드러지게 핀 유채꽃은 절정에 달한 듯 샛노랗다.

 이곳에서 2층집은 마을회관이 유일하다.사방이 탁 트인 까닭에 주변 오름과 들녘이 무척 아름답게 다가온다.

 돔배못은 어음분교 정문에서 동북쪽으로 100m가량 떨어진 곳에 있다.길가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쉽게 눈에 띈다.

 돔배못은 식수용 못과 우마급수장 등 2개의 못으로 구분돼 있다.크기는 식수용 못이 100평가량 되며 우마급수장은 200평가량 된다.

 돔배는 도마를 뜻하는 제주말이다.다음은 이 못에 얽힌 전설 한 토막.지금으로부터 300여년 전에 판 것이라고 한다.당시 마을사람들은 풍수지리사인 고응삼(高應三)을 통해 물이 잘 고이고 용천수라도 나올 곳을 찾게 된다.그는 결국 이곳을 택해 사람 키의 3배가량 파고 도마를 크게 만들어 상(床)으로 이용하고 여기에다 제물을 올려 정성껏 제사를 지내도록 한다.

 마침 억수같은 비가 쏟아지는 바람에 도마상도 철거하지 못한 채 다음 날 다시 그곳을 찾아가보니 물로 가득차 있었고 물위로 떠올라야 할 도마와 제물은 흔적없이 사라졌다고 한다.

 이후 그곳에는 수량이 풍푸한 용천수가 쏟아 아무리 가물어도 급수장은 물이 가득 찼고 100년후에야 제사를 지냈던 도마가 물위로 떠올라 이 못을 ‘돔배못’이라고 부르게 된다.

 그러나 지금은 건조화가 진행됨으로써 중간에 버드나무가 침입해 자라고 있고 우마급수장의 경우 가뭄이 심할 때는 완전히 말라버린다고 한다.

 어음분교에서 동쪽으로 약 1km떨어진 곳에는 빌레못이 있다.이곳 역시 2개의 못으로 돼 있다.인근에는 구석기시대 혈거유적지로서 길이가 1만1749m로서 빌레못굴이 있다.이굴은 천연기념물 제342호로 지정돼 있다.

 빌레못은 말그대로 빌레에 못이 형성된 것이다.빌레는 제주말로 암반을 의미한다.암반위로 오랜기간동안 토사와 낙엽이 퇴적돼 물달팽이 등 수생식물이 서식한다.

 제주환경운동연합 조사결과 주요 서식식물로는 버드나무와 팽나무·모시풀·고마리(고만이)·개역귀·칡·토끼풀(크로바)·자귀풀·찔레꽃·사위질빵(질빵풀)·소리쟁이·실(띠)거리나무·줄사철나무·보리수나무·미나리·상동나무·인동덩굴·한련초·망초·가래·부레옥잠·개(들)기장·수크렁·억새·솔새·세모고랭이 등이 있다.

 봉성리의 괴면이물은 동개동 마을에 있다.못은 크게 4개로 구성돼 있다.식수로 썼던 괴면이물은 괴면이 안새미·괴면이 밖새미로 나뉜다.또 괴면이 못과 4·3이후 인근 신명동 사람들이 정착과정에서 팠던 신명동물(신명새미)이 있다.

 그러나 이가운데 괴면이못은 지난 98년 매립돼 아쉬움이 크다.

 게다가 농약사용이 확대되고 괴면이 안새미·밖새미 쪽으로 오수관이 개설되는 바람에 수질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이 때문에 한때 이곳에서 서식했던 붕어와 블루길(bluegill)도 자취를 감췄다.백로과의 왜가리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다.

 주변 농경지는 ‘질왓’으로 수분함량이 많고 지대가 낮아 중앙으로 물이 흘러들게 돼 있다.이에따라 8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주변 3000여평의 땅에서 벼를 재배했다.

 그러나 수지가 맞지않고 하늘만 바라보며 논농사를 지어야 하는 천수답이기 때문에 지금은 자취를 감춘 상태이다.

 주요 서식식물로는 버드나무와 꾸지뽕나무·개역귀·사위질빵·쇠무릅·네가래·말즘·솔새·조개풀·띠·바랭이·개(들)기장·사마귀풀·닭의장풀·골풀·도깨비바늘·망초·만수국아재비(쓰레기풀)·쑥·구기자나무·누리장나무·사철나무·멀구슬나무 등이 있다.

 이가운데 구기자나무는 낙엽관목으로 키는 1∼4m,가지 끝이 늘어지며 꽃은 8∼10월에 핀다.열매·껍질은 강장제로,어린순은 식용 또는 차의 원료로 쓰이고 있다.

 또 솔새는 흔히 ‘촐’이라고 불리워지는 것으로 소의 여물로 활용된다.산이나 들에서 나는 다년초로 키는 70∼100㎝,줄기는 곧게 서고 잎은 선형으로 끝이 뾰족하며 꽃은 부체모양으로 20∼40㎝정도로 까락이 달린다.<취재=좌승훈·좌용철 기자 사진=조성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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