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날의 우리의 모든 불행은 반역자들을 처벌하지 못한 데서 온 것이다. 오늘 또다시 그들을 처벌하지 못하다면 커다란 불행이 닥칠 것이다. 어제의 죄를 처벌하지 않는 것은 곧 내일의 범죄를 조장하는 것이다”

이 말은 나치 점령기에 프랑스 지식인들의 저항운동을 가장 활발하게 전개한 「프랑스 문예」가 과거 나치 부역자들에 대한 관용과 용서를 하나의 죄와 동일시하고 처벌을 단호하게주장한 말이다.

프랑스는 1944년 8월 나치에서 해방된 후 2년여에 걸쳐 1만명이 나치 부역자들을 사형시켰다. 재판에 회부된 건수만 대략 11만8000건에 이른다. 프랑스는 그 과정에서 첨예하고도 격렬한 논쟁을 벌여야 했지만 지난날의 부끄러운 과거를 청산해 그것을 바로잡지 않으면 자기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없고 민족정기를 바로잡을 수 없으며 올바른 미래를 건설할 수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두레에서 나온 「지식인의 죄와 벌」(피에르 아술린 지음·이기언 옮김)은 프랑스가 특히 기업가의 반역에 비해 지식인들을 더 엄격하게 처벌한 것에 초점을 맞췄다.

지식인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잘못된 생각과 신념을 퍼뜨리고 심어줄 수 있으며 그 결과 자기나라에서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많은 사람들의 운명을 비참하게 바꿔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프랑스의 대숙청 과정에서 지식인 처벌을 두고 왜 그처럼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는지, 지식인 숙청은 어떤 점에서 성공했고 어떤 점에서 실패했는지, 그것이 남긴 교훈은 무엇인지 우리에게 전해준다.

이 책은 친일파의 후손이 그들 조상이 매국의 대가로 받은 땅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내고 ‘친일하면 3대가 흥하고 독립운동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이 어김없이 적용되는 우리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1만2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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