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아카데미는 ‘밀리언 달러 베이비’에게 미소를 보였다.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 등 소위 알짜배기만을 수상하며 아카데미 시상식장의 명실상부한 주인공이 됐다. 국내개봉을 앞둔 영화로서는 제대로운 홍보가 된 셈.

굳이 수상경력을 따지지 않아도 「밀리언 달러 베이비」는 탄탄한 출연진만으로도 백만불 값어치를 예감할 수 있다. 60세를 훌쩍 넘어 이젠 거장의 반열에 들어선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소년은 울지 않는다」로 이미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힐러리 스웽크, 등장만으로도 관록이 묻어나는 모건 프리만의 삼각편대는 이미 대중들에겐 익숙한 구도이자 영화를 즐길만한 토대로선 충분히 비옥하다.

과거 잘 나가던 트레이너인 프랭키(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역시 한때 복서였지만 지금은 체육관 청소부인 스크랩(모건 프리먼)은 친구로서 다 쓰러져가는 체육관을 지키고 있다. ‘잽’을 날리듯이 툭툭 농담을 던지며 지내던 무료한 일상에 31세 매기(힐러리 스웽크)가 권투를 하겠다고 체육관으로 찾아온다.

“31세에 발레를 할 수 없듯이 권투도 마찬가지”라며 프랭키는 단호히 거부하지만 홀로 체육관에서 연습하는 매기의 열정에 프랭키의 마음도 움직이게 된다.

“자기 자신을 먼저 보호하라”라는 주문같은 말을 연신 강조하며 프랭키는 매기를 가르치고, 매기는 승승장구하는 가운데 이들에게 갑자기 사건이 닥치게 된다.

영화는‘권투’로 소통하는 인간관계를 그리고 있다. 이미 에너지가 소진됐을거라 생각됐던 프랭키는 매기를 만나면서 상실감을 채우고, 그 또한 매기에게 부성애 못지않은 사랑을 퍼부으며 복서와 트레이너는 어느새 가족같은 관계로 발전한다.

이 영화가 뿜어내는 감동의 원천은 권투를 통한 승리가 아닌 서로 상처를 치유하는, 소통가능한 인간관계에서 비롯한다. 이는 영화의 지향점이기도 하다. 이스트우드가 제작·감독·주연·음악을 맡았다.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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