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관에 봉착할 때마다 절묘한 한자성어로 자신의 심경을 곧잘 피력해왔던 김 명예총재의 이같은 소회를 들으면 해명인지 변명인지 헷갈리기도 하지만 요즘 우리 정치의 단면을 잘 드러내고 있다. 그래서 정치권에서는 김 명예총재의 실사구시라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DJP의 공조관계 복원을 공식화한 것이라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실사구시는 중국 청나라때 고증학이 내세운 학문 연구의 한 방법으로서 ‘사실을 근거하여 진리를 찾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즉, 학문을 연구함에 있어서나 실생활에 있어서 현실을 외면한 학문은 공리공론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후기 김정희가 완당집에서 주장한 ‘실사구시론’이 유명하다. 김정희는 완당집에서 “현실을 외면하고 선인들의 말만을 위주로 한다면 그것은 성현의 도리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정치가 무릇 백성들의 안녕과 복지를 추구하는 것이라면 정치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김 명예총재의 실사구시론은 일면 합당해 보이기도 하지만 백성은 없고 당리당략에만 치우진 실사구시라면 허구에 불과하다. 실사구시를 처음 주장한 고증학에서도 경전의 본 뜻에 어긋난 주관적 해석에 빠지는 것을 가장 우려했다. 오죽하면 6월에 개최되는 남북정상회담에서도 실사구시라는 말이 나오겠는가.
김 명예총재는 만년 2인자이지만 우리나라 정치무대에서 한번도 떠나본 적이 없다. 그는 주연같은 조연, 조연같은 주연으로서 정치생활 40년을 살아왔다. 카멜레온처럼 변신에 능한 것도 아니지만 현실 판단에 동물적인 감각을 지니고 있는 그의 남다른 처세술은 정치학도들의 대단한 연구대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의 이번 한자성어는 억지로 갖다 붙인 견강부회처럼 보여 JP의 총기도 전과 같아 보이지 않는다.<김종배·상무이사>
제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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