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에필로그 >끝<

   
 
   
 
제주4·3은 지나간 과거가 아닌 현재 진행형이다.

그동안 4·3특별법 제정, 대통령의 사과, 진상조사보고서 채택 등 4·3 진상규명의 성과들이 있었다. 그러나 4·3후유장애인들은 여전히 4·3으로 인해 몸과 마음에 새긴 상처를 말없이 보듬어가며 반세기를 넘긴 채 살아가고 있다.

4·3에 대한 진상규명도 아직은 불완전한 상태다. 불법재판 논란이 제기됐던 수형인 희생자 선정 문제도 해법을 찾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수 천명에 이른다는 4·3 당시 행방불명인들의 마지막 자취는 여전히 희미하다.

굴절됐던 과거의 기억을 올바로 복원하는 일이 중요한 이유다. 5·16 군사쿠데타 세력이 백조일손유족들의 진실 복원 노력을 탄압하려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진실이 밝혀지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다랑쉬굴의 참상을 서둘러 차가운 콘크리트로 가로막은 것도 기억의 복원이 두려운 권력이 속성을 드러낸 사례다. ‘기억을 지배하는 자가 역사를 지배한다’는 말처럼 4·3유적에 대한 기억은 그동안 권력의 기억이었다.

이런 점에서 4·3유적은 역사를 올곧게 복원하는 매개체 중 하나다.

제주4·3연구소 등이 진행하고 있는 4·3유적에 대한 정리작업은 이런 작업의 하나다.

특히 4·3유적의 개념을 대상물의 축조시기 만을 따지는 사고에서 벗어나 4·3과 연관된 사건이 있을 경우로 폭 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게 4·3단체들의 일반적 견해다.

4·3연구소는 4·3 유적 보존의 의의에 대해 “기념성, 역사, 장소성에서 후세에 길이 남기는 것 뿐만 아니라 통일운동의 역사, 평화와 인권교육의 장으로 삼아야 할 가치가 있다”고 설명한다.

제주4·3연구소와 제주도가 펴낸 「4·3유적Ⅰ,Ⅱ」에 따르면 아직까지 확인된 도내 4·3유적과 유적지는 제주시·북제주군이 401곳, 서귀포·남군이 196곳이다.

하지만 4·3유적에 대한 체계적인 정비는 이제 시작단계다.

조사 결과 상당수가 개발지상주의 연대를 거치면서 훼손되거나 방치된 상황이다. 더 이상 보존사업을 늦출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유적의 보존상태 등을 감안할 때 보존대상으로 검토되고 있는 4·3 유적과 유적지는 ‘잃어버린마을’ 등 18곳이다.

분야별로는 △잃어버린마을=곤을동 영남동 △4·3성터=낙성동 예원동성 머흘왓성 명월상동성 수동성 △주둔지=관음사 수악주둔소 녹하지악 성산초교 옛 건물 △희생터=섯알오름 정뜨르비행장 주정공장옛터 목시물굴 다랑쉬굴 큰넓궤 너분숭이 등이다.

제주도는 제주4·3연구소와 공동으로 올해 10월까지 제주4·3유적 학술조사 및 보존·복원 종합정비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추가적으로 보존이 필요한 4·3유적의 윤곽도 정리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특히 유적지를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하는 방안을 비롯 △유적지별 관리방안 △지역주민 참여 방안 △연차별 투자계획 수립 내용을 제시하게 된다.

제주4·3연구소는 “4·3유적을 체계적으로 보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법적인 보호장치가 필요하다”며 “4·3유적을 문화재 개념으로 인식하고 등록문화재로 지정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의 정책적 의지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4·3 유적지 보존사업이 지방자치단체 차원이 아니라 국가지원사업으로 전환돼야 한다. 현실적으로 4·3 유적지에 대한 토지매입, 복원에 투입되는 비용이 막대하기 때문인 이유도 작용한다.

무엇보다 올해 4·3운동의 주요과제인 올바른 진상규명을 위한 4·3특별법 개정 작업을 통해 4·3유적에 대한 제도적 정비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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