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도 없는 헛묘. 세상에 그런 무덤이 있을까마는 1948년 온섬을 피로 물들인 광풍은 이섬에 어떤 죽음을 증명할 주검초자 남기지 않았고 대신 입던 옷가지 등을 묻어놓은 헛묘를 남겨놓았다.

놀이패 한라산이 「사월굿 헛묘-시신도 어성 헛산이라!」를 공연한다. 4·3 57주기 12회 4·3문화예술제의 일환으로 마련된 공연으로 91년에 이어 두 번째 올리는 것이다.

91년 공연이 4·3 당시 동광마을의 역사적 사실을 알리기 위한 것이었다면 2005년 「사월굿 헛묘」는 거대한 국가폭력에 의해 초토화된 잃어버린 마을과 잃어버린 공동체문화를 다시 복원해 재생하고자 하는 바람을 담고 있다.

대통령 사과와 정부차원의 진상보고서발간, 4·3특별법 제정 등 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복원되지 못한 공동체, 당시 아픔으로 고향마저 외면하는 사람들, 여전히 갈 길이 먼 4·3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놀이패 한라산은 이 작품을 통해 우리가 걸어가야 할 그 길 위에서 다시 4·3의 길을 묻는다.

이 작품은 그날의 동광마을의 사건을 통해 수눌음공동체와 마을공동체, 죽음의 공동체, 영혼공동체가 어떤 세력들에 의해 계속 깨뜨려짐을 보여준다.

그 깨뜨려짐은 헛묘와 잃어버린 마을, 큰넓궤라는 상징을 통해 나타나고 그것들은 들어있어야 할 것들이 없는 ‘비어있음’이라는 공통점을 보인다. 또 고통스럽지만 안도할 수 있는 집을 상징하기도 한다. 하지만 죽어서도 시신조차 가질 수 없는, 사람이 이제는 더 이상 살지 않는, 죽음에서 도망쳤지만 발각돼 죽음으로 내몰린 ‘죽음’이라는 공통점도 보여준다.

이 상징들의 연결고리는 길이다. 사건 이전의 길이 살기 위해 도망다닌 길이었지만 그 길에서 몇몇은 살아남았고 비록 시신없는 무덤이지만 영혼의 집을 만들었고 잃어버린 마을터로 돌아가려는 발거음이 있었다. 그리고 그 길은 다시 비어있는 현재를 채워내려는 길로 연결되고 잃어버린 것들을 복원해내고 재생해낸다.

공연은 오는 27일 오후 7시 서귀포시민회관과 4월10일 오후 7시 제주도문예회관 놀이마당에서 펼쳐진다. 또 4일 동광리 잃어버린 마을인 ‘삼밧구석’표석 제막식에 맞춰 현장공연도 예정돼 있다. 연출 윤미란. 무료. 문의=016-696-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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