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을 둘러싸고 학생과 학교·교육청, 경찰이 답없는 ‘네탓공방’만 벌이고 있다.

학교폭력 자진 신고 기간을 운영, 선도 위주의 조치로 교육환경을 개선한다는 취지에는 너나없이 공감하면서도 접근방법에서부터 판이한 시각차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일진회 있다?없다?=제주도교육청은 18일 지난 11일부터 17일까지 도내 176개 학교에 대한 ‘일진회’실태 조사 결과 북군 소재 모 고교에서 ‘일진회’12명이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 ‘일진회’는 이른바 축구 모임이라는 것이 도 교육청의 설명. 일주일간의 실태조사는 결국 해프닝으로 끝났다.

‘일진회’문제는 그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에서 첫 단추부터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있다.

경찰 등에서는 학생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돈을 빼앗는 등의 불량 학교 폭력 서클 모두를, 학교에서는 ‘행동 강령’ 등을 정해놓고 조직적으로 활동하는 학생 폭력 조직을 ‘일진회’로 보고 있다.

‘신고가 들어온다면 강력 대처하겠다’는 경찰은 학생·학교 등에서의 비협조 때문에 사태 해결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각급 학교 생활지도 교사들은 점조직 형태의 학교 폭력 조직이 ‘분명히’있고,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물론 지역적인 연대를 맺고 있는 경우를 인정하면서도 이들을 ‘일진회’로 규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결국 이런 시각차들로 ‘일진회’문제는 해결책은 찾지 못하고 ‘공회전’만 하고 있다.

△‘주객전도’우려=‘일진회’파문으로 ‘학교폭력 문제 해결’이란 본뜻이 퇴색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무서운 아이들 ‘일진회’의 일탈 행위가 학교폭력의 전부인 것처럼 치부, 일부 문제가 있는 학생 폭력 조직에만 매달리다보니 실제 교육현장에서 공공연하게 발생하고 후유증이 큰 ‘집단따돌림’ 등에 대서는 미온적인 상황이다.

교육인적자원부 차원에서 이르면 다음주 전국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실시할 계획이지만 이 것 역시 학교 폭력 실태를 파악하는데 역부족일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익명을 요구한 고교 생활지도교사는 “일반적 형태의 설문조사라면 형식적인 답변밖에 얻을 수 없을 것”이라며 “개별적으로 설문지를 나눠주고 다시 개별적으로 거둬들이는 등 ‘비밀’을 보장해주거나 상담교사를 증원 배치하는 등의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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