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계층개편 작업이 막판에 복병을 만나 홍역을 치르고 있다. 기초자치단체 리더들이 노골적으로 집단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도민사회의 반목과 대립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엊그제 시장 군수와 기초의원들이 잇따라 모임을 갖고 “행정계층구조 개편에 따른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혁신안은 주민의 정책참여를 가로막고 참정권을 제한하는 등 지방자치 정신을 훼손하고 있다”며 “혁신안이 채택될 경우 풀뿌리 민주주의의 후퇴와 중앙보조금 감소, 산남지역 황폐화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과연 그럴까.

그러나 김도정은 아직 단호하다. “이제는 2년 넘게 논쟁을 거듭해온 이 문제를 마무리해야 한다”며 분명한 강행의지를 보였다. 백번 지당하고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일이다. 행정계층개편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이제와서 백지화하거나 중단한다는 것은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거듭되는 얘기지만 시장·군수 등의 집단반발은 설득력이 약하다. ‘밥그릇’을 지키기위한 이기적 행태로 비쳐질 따름이다. 어디까지나 그들은 이해당사자들이라는 점에서 자중해야 한다. 김도정이 우유부단하다는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끝내 중립을 지키는 사정을 헤아려야할 것이다.

행정계층개편 문제는 제주의 미래가 걸려있는 중차대한 사안이다. 저마다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고,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과 시각이 첨예하게 다를수 있다. 이런 예민한 사안에 대해 지역주민을 대표하는 공인들이 조직적으로 반대운동을 벌이는 것은 온당치 않다. 또다른 찬성운동을 유발하는 빌미를 제공할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되면 제주사회는 엄청난 소용돌이에 휘말리게될 것이다.

지금까지의 여론조사로는 혁신안에 대한 지지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과연 시장 군수들은 이러한 지역주민들의 뜻을 제대로 읽기나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주민자치를 강조하면서 주민의견을 묵살하는 것은 반민주적 행위이다.

따라서 김도정은 흔들림없이 행정개편을 마무리하는데 힘써야할 것이다. 이런 저런 주장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갈 지자’행보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계층구조 개편을 둘러싼 논쟁이 가열돼온 것도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만일 도가 여론조사와 주민투표라는 것을 내세우기에 앞서 지향하는 지방혁신의 목표를 분명히 밝히고 이를 추진했더라면 도민공감대 형성이 더 쉬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 본심은 숨겨둔채 도민들에게 선택의 책임을 떠넘기다보니 소모적인 논쟁만 거듭돼온 것이다.

이제 김도정은 시대적 소명의식을 갖고 지방정부의 구조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기형적 행정계층으로는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이라는 지방개혁을 이뤄낼 수가 없다.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당초의 일정대로 도민투표를 차질없이 실시해야 한다.

시장 군수들도 도민들이 현명한 선택을 할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야할 것이다. 이제와서 뒤늦게 야단법석을 떠는 것은 다 되어가는 밥에 재뿌리는 격으로 비쳐질수 있다.

도민투표는 가급적 간단명료한게 좋다. 그래야 도민의사를 제대로 반영할수 있다. 굳이 지금과 같은 점진안을 투표에 부쳐 헷갈리게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혁신안 한가지만을 놓고 찬·반투표로 단순화 하는게 더 효과적이다. <진성범,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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