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끝나지 않은 세월」을 보고]

지금 집에 돌아오니 새벽 5시입니다. 2일 「끝나지 않은 세월」 감독인 김경률 감독과 독립영화 관계자와 몇몇 기자와 함께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아침해를 보게 된 것입니다. 참 많은 얘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참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역시 ‘세월’이란 끝나지 않으며, 세월의 ‘의미’는 인간이 살아있는 동안 계속될 것이란 거지요.

이 영화는 4.3항쟁에 관한 영화입니다. 하지만 상당히 단편적입니다. 그 큰 세월의 아픔과 기억을 2시간 남짓한 영화에 담아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니까요. 아마도 감독은 뼈를 깎아내는 고통 속에서 어떤 식으로 접근할 것인지 고심을 했을 것입니다. 감독은 장님이 되어 코끼리 앞에 서 있는 느낌을 가졌을 것입니다.

사실 제주도민 모두가 나름 4.3에 대한 시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각자의 경험과 판단에 따라 4.3 을 규정합니다. 그래서 이 ‘코끼리’에 대한 규정은 매우 다양할 수밖에 없지요. 어떤 분은 코끼리가 코밖에 없다고 할 것이고, 어떤 분은 코끼리가 거대한 기둥 4개로 되어 있다고 할 것 이고, 어떤 분은 아주 작은 꼬리를 가지고 있다고 말할 것입니다.

그들 모두 맞는 말을 한 것이지요. 하지만 코끼리의 입장에선 참 괴로울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 「끝나지 않은 세월」을 통해서 코끼리는 참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김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서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코끼리의 고통과 비명을 전달해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의 미덕은 세월이 끝나지 않으면 계속 살아 있을 것이고, 그 영향력은 계속 커 나갈 것이란 것입니다. 4.3은 기억되어야 합니다. 그 기억이 유지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평화의 섬에 사는 것이 아니라 살육의 섬에 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과거의 기억을 잊지 않는 것은 우리의 평화와 사랑에 대한 약속입니다.

이제 그 첫발을 디뎠으니 이제 두 번째 발걸음을 디딜 사람은 우리의 몫입니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보내온 커다란 선물입니다. 이 선물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키워 나가는 것 또한 우리의 몫입니다.

김경률 감독! 참 대단한 일을 해내셨습니다.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현충렬 / 제주트멍영화제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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