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아직도 드러나지 않은 진실

2003년 10월15일 정부가 공식 채택한 「제주4·3진상조사보고서」가 세상에 나왔다고 해서 4·3의 모든 진상이 규명된 것은 결코 아니다.

이 때문에 보고서는 서문을 통해 ‘제주4·3특별법의 목적에 따라 사건의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에 중점을 뒀으며, 사건전체에 대한 성격이나 역사적 평가는 후세 사가들의 몫으로 남겨놓는다’고 명시했는지 모른다. 과거의 묻힌 역사를 세상 밖으로 꺼낸 것만으로도 너무나 ‘위대한’ 업적이지만 또 한편 ‘미완의 보고서’로 남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선 보고서가 수많은 자료를 검토·분석해 내놓은 결과물이지만 아직도 사건의 한 축인 무장대의 실상에 대한 내용은 부족하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이 총체적으로 인정한 국가권력의 잘못이 무엇이고, 어떻게 개입됐는지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이 밖에 마을별 집단학살의 실상을 총체적으로 보여주는데 지면을 충분히 할애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

암매장지와 유적지 등에 대한 정밀조사도 정부의 7개 건의사항으로 제시되기는 했지만 응당 진상조사보고서에 담겼어야 할 내용이다. 한정된 시간과 제한된 인력의 한계를 인정하지만 앞으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지난 3월17일 ‘수형인’에 대한 희생자 결정이 있었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전국의 형무소에서 왜 죽어야 하는지조차 모르고 희생당한 영령들을 위로하기 위해서라도 추가자료 확보가 시급하다.

보고서는 당시 활동했던 무장대의 규모나 어떤 사람들이 참여했는지, 그리고 당시 좌익활동을 이끌었던 남로당과의 관계는 어떠했는지에 대해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들이 왜 산으로 올라갔으며, 그들이 이루려고 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규명하는 것이 4·3진상규명의 한 축이 될 수 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국가권력의 개입과정 역시 명확히 규명돼야 한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전의 미군정과 신생 정부 건립추진세력, 48년 8월15일 이후 정부의 제주4·3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과 역할에 대해 더욱 철저히 고증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기밀자료나 군·경이 갖고 있는 자료의 추가조사가 진행돼야 할 것이다.

보고서는 학살의 개요를 보여주긴 했지만 학살과 관련된 전면적 실상을 소상하게 드러내지는 못했다는 평가도 있다. 별도의 현장 조사단 구성 등을 통해 정밀 현장검증 작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도내에는 4·3관련 암매장지나 관련 유적들이 산재해 있다. 제주도와 4·3연구소가 전수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제주시 149곳, 북제주군 252곳, 서귀포시 68곳, 남제주군 128곳 등 총 597곳이 분포되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아무런 보존방안이 없어 훼손이 가속화되고 있어 체계적인 조사와 관리를 위한 법규정을 서둘러야 하는 실정이다.

이 밖에 수형인 학살과 관련, 전국의 형무소 자료를 모두 섭렵하지는 못했다. 정부기록보존소에 일부 자료가 남아있어 윤곽은 파악됐지만 행방불명 희생자에 대한 추가 조사는 반드시 뒤따라야 할 과제다.

보고서가 희생자 규모를 3만명 정도로 추정했지만 지금까지 신고된 희생자는 이의 절반인 1만4000여명에 그치고 있다. 나머지 희생자가 도대체 누구였는지, 이 역시 밝혀지지 않은 진실이다. 아직도 세상 밖으로 드러내지 않은 4·3의 진실은 많다. 그게 바로 4·3의 후세인 우리들의 몫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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