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아이는 울음 울고/저 아이는 애꾸눈이다// 저 아이는 성난 얼굴이고/ 저 아이는 가난에 찌들어 있다//스물 셋에 보았던/ 화순 운주사의 아이가/ 저 얼굴을 하고 있었던가/ 눈도 없고 귀도 없고 문둥이처럼 코만 남았다/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말 것이며/오직 망자와 더불어 함께 하리라는 비장한 각오다/탐라에선 흔한 일이다/ 아비가 총에 죽자 아이가 무덤을 지키고 있다”(박영희 시‘목석원 동자석’)

을사늑약 100년을 시발점으로 하여 일제 강점기와 분단 현실에 이르기까지 4·3등 제주의 역사적 비극과 아픔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이때, 제주작가회의(회장 김광렬)가 발간한 제14회 전국민족문학인 제주대회기념 시선집「뼈를 잇고 살을 붙여 피를 돌게 하고」는 4·3의 역사적 사실과 시적 진실을 담은 시편들로 빛을 발한다.

도내·외 시인들, 심지어 팔레스타인·베트남·이라크·시리아·버마·동티므르 시인들 모두는 한 목소리로 4·3의 진실과 인권·통일, 아시아의 평화를 노래하며 시는 곧 역사와 현실에 대한 정신의 산물임을 시 110여 편에서 상기시켰다.

우연찮게도 이 시집에 수록된 4·3시의 시적 정서는 대부분 꽃으로 상징화되고 있는데, 이꽃들은 대개 꽃의 본질이나 형태에 대한 진술로서 4·3의 비극과 역사적 진실, 통일에의 열망들을 또렷이 각인하고 있다. 각·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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