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교육을 망치고 있는 주범은 누구일까. 교육주체 가운데 교육정책을 맡고 있는 교육당국이라면 지나친 비약일까. 교육정책은 교육부 장관이 바뀔 때마다 거의 어김없이 바뀐다. 그래서 '교육은 백년대계(百年大計)'는 한국에서 이미 옛 말이 된 지 오래됐다. 교육정책은 오락가락 하는 '장관 소계(長官小計)'란 말이 오히려 어울린다. 그렇다고 미래지향적이거나 탁월한 정책을 내놓는 것도 아니다. 이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피해를 보는 건 학생 교사 학부모들이다. 단적인 예로 대학입시제도. 워낙 자주 바뀌어서 수험생이나 가르치는 교사, 학부모 모두가 전전긍긍하는 게 현실이다.

최근엔 지난 80년에 전면 금지됐던 과외교육이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20년만에 되살아났다. 이에 따라 벌써부터 학부모들은 '망국병'으로 일컬어지던 과거의 과외열풍을 떠올리며 불안해하고 있다. 그러잖아도 교단 위기, 교실 붕괴 등으로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는 공교육이 황폐화를 가속화할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교육이 공교육 위에 자리하는 역현상이 올 것이란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특히 과외를 둘러싸고 사회계층간의 괴리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소리도 높다. 정부가 고액과외행위는 철저히 조사해 처벌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고액과외의 범위조차 정하지 못하는 등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文龍鱗 교육부장관이 엉뚱한 발언을 해 파문이 일고 있다. 그는 TV 대담에서 "학생들이 값싸고 수준 높은 과외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저소득층 자녀 등 과외소외계층의 영어회화 교습 등에 정부 예산을 지원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공교육을 책임진 장관이 오히려 사교육을 장려하겠다고 나선 꼴이 돼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문 장관은 과외에 대한 개념 파악을 잘못한 건지, 문제의 본질을 잘못 이해한 건지 의아해지지 않을 수 없다.

공교육이 흔들리면 나라가 흔들린다. 공교육이 제대로 가지 못하면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 교육현실의 앞뒤도 파악하지 못하는 교육부장관이 건재하는 한 한국의 교육은 암담하기만 하다.<하주홍·코리아뉴스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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