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회가 낳은 부작용은 성인에게만 해당되진 않는다.한창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도 경쟁의 요소가 자리 잡은지 오래다.하나라도 남들에게 뒤져선 못참는 부모들의 열화가 사설학원교습을 부추긴다.예체능계열의 학습이야 소질을 일찍 발견한다는 점과 학교에서 보다 심도있는 교육을 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그래도 이해는 할만하다.그러나 대부분의 사설학원은 입시위주로 학교의 수업과정을 가르치는 게 다반사다.그런데도 학생들은 사설학원에서 똑같은 과목을 교습받고 있다.지식습득을 위한 학과교육으로만 치면 학교를 두군데 다닌다는 말이 된다.

학교가 흔들린다,교실이 붕괴됐다는 소리가 어제오늘 나온 말은 아니다.우수한 학생들이 특수 목적고에 입학하고도 중도에 자퇴하는 경우가 많다.이유가 달리 있지 않다.대입에서 불리한 점수를 인정받기 때문이다.일반 학교에서도 입시학원에서 밤늦도록 수업을 받고 학교교실에선 졸기 일쑤다.수업이 문제가 아니라 시험점수만 잘 나오면 된다는 식이다.이에도 끼지 못하고 뒤쳐진 아이들은 아예 학업을 포기해버린다.주로 대도시 학교주변에서의 현상이긴 하지만 교단에 선 교사는 누구를 가르치라는 말인가.이게 오늘날 학교의 현실이라면 지나친 상상의 비약일까.

이런 추세는 점점 빨라져 초등학교 어린이들까지 번진다 한다.공교육이 위기에 처한 것이다.이로 인해 들어가는 사교육비용도 엄청난 수준에 와있는 것이다.중복투자에 겹부담을 떠안는 셈이다.계층간 위화감도 컸다.부모의 경제력차가 후세의 학력차로 그대로 대물림한다는 비판이 비등했다.그래서 한때 과외를 전면 금지하기도 했었다.때마침 과외금지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와 공교육은 벼랑까지 몰렸다.

교육은 국가의 백년대계이다.공교육을 이대로 놔둘수는 없다.현직교사나 교수가 고액과외를 하다 적발되면 파면시키고 명단을 공개한다는 방침만으로는 부족하다.훌륭한 교사들이 공교육의 교단에 남아 있도록 해야한다.자라나는 후세들이나 학부모들이 공교육을 신뢰하도록 해야한다.그것이 근본적인 치유책이 될 것임은 두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내일은 어린이 날’이다.하루라도 과외에서 해방돼 맘껏 뛰노는 모습이 보고싶다.<고순형·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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