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국제자유도시호(號)를 건조하기 시작한지도 어느새 10여년이 흘렀다. 또 그 배가 완공되어 출항한지는 이미 3년이나 지났다. 그러나 아직도 저 수평선을 넘지못한채 기우뚱거리고 있다. 왜 그럴까.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이 그 이유를 꼬집어냈다. 지지난주 제주에서 열린 경제특강에서다. 한마디로 내부적 논쟁으로 시간만 끌다가 선점효과를 놓쳐다는 것이다.

그의 지적대로 제주국제자유도시는 ‘시간과의 경주’에서 완패하고 말았다. 부질없는 논쟁으로 6년의 세월을 허송하는 바람에 결국 날고 뛰는 타 시겣동 선두자리를 빼앗기고만 것이다.

지금 밖으로 한번 눈을 돌려보라. 모두들 기를 쓰고 달리고 있다. 더 높이 더 멀리 비상하기 위해 악을 쓰고 있는 것이다. 부산과 경기·인천 등은 이미 경제자유특구로 훨훨 날고 있다. 제주보다 1년 이상 뒤쳐져 출발했는데 벌써 저만큼 앞서나가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전남·북 등 호남지역은 서해안 관광벨트 등 대형 국책 프로젝트를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쏟아부어지는 자금만도 수십조에 이른다. 강원도와 영남지역도 마찬가지이다. 지역특성을 살린 기업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로 건설되는 충청권에는 11조3000억원의 국고가 투입될 예정이다.

이들 지역은 제주처럼 계획만 거창하고 요란한게 아니다. 실제로 정부의 투자가 연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 발맞춰 외자유치도 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제2의 도약을 위해 민관이 하나되어 일어선 결과이다.

그러나 제주는 어떤가. 이들을 쫓아가기에도 힘겨운 양상이다. 마치 꿈속에서 달리는 것처럼 헛발질만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중심이 흔들려 비틀대기 때문이다.

귀가 아프도록 들어온 얘기지만 제주의 경제규모와 인구는 전국의 1%에 불과하다. 정치적 힘도 타시도에 견줄바가 못된다. 그런데도 도민들은 이같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소모적인 논쟁으로 시간을 허비하기 일쑤다.

뿐만아니다. 도민사회의 분열과 대립양상은 도를 넘어서고 있다. 도지사 선거에다 대학총장 선거마저 갈등과 반목을 키우고 있다. 여간 걱정스럽고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이렇게 도민사회가 시끄러운데 국제자유도시호가 제대로 순항할수 있겠는가.

물론 도정의 추진력과 중앙절충 능력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 타시도들이 엄청난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성장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들 자치단체들이 가만히 앉아있는데 정부에서 거저 밀어주는 것은 아니다. 광역단체장들이 수십명의 지역출신 국회의원을 앞세우고 청와대로 정부로, 인맥과 연고를 찾아 뛰어다닌 결과이다.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이다.

그러나 우리 제주에는 이렇게 땀흘리며 뛰어 다니는 관료와 정치인들이 얼마나 있는가. 중앙부처에 힘께나 쓸만한 제주 국회의원은 4명밖에 없다. 그렇다고 정부부처에 본도출신 고위직 관료들도 많지 않다.

따라서 도는 다른 자치단체보다 두배 세배로, 발이 부르트도록 뛰어다녀야 한다. 이런 저런 구실을 찾아 중앙을 부지런히 쫓아어다녀야 한다. 그래야 정부가 거들떠보기라도할 것이다.

우는 아이에게 먼저 젖을 준다고 하지않았던가. 그냥 앉아서 감 떨어지기만을 기다릴 때가 아니다. <진성범·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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