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관청의 예산상황을 나타내면서 '재정자립도'라는 용어를 흔히 쓴다. 재정이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존립에 필요한 재력을 취득및 관리하는 경제활동을 말한다. 따라서 재정자립도는 스스로 마련가능한 지출규모를 가리키는셈이다.

재정자립도는 자치단체 재정운용에서 보통 중요한게 아니다. 각종 세입을 예상해 지출규모를 짜맞추면 그만이지만 형편은 그러지못하다. 갖가지 현안사업을 해결하고 비전있는 행정욕구를 수용하려면 지역에서 발생하는 세입만으론 감당하기가 어려워 고민에 빠지기 일쑤다.

그래서 세입규모가 적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정부로부터 예산을 끌어오려고 적지않게 애쓰는게 사실이다. 행정에 몸담았거나 행정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어렵지않게 느끼는 경우다. 정부예산을 많이 따오는 자치단체장을 두고 유능하다는 평가가 뒤따르는것도 바로 이런탓이다.

제주도를 비롯한 도내 자치단체의 재정형편은 열악한 실정이다. 최근 행정자치부가 공개한 2000년 지방자치단체 예산실태자료에 따르면 어느정도 실감할수있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전국평균치에 미치지못함으로써 재정확충이라는 과제를 여전히 무겁게 짊어지고있다.

물론 재정자립도 수치를 놓고 시각을 달리하는 측면도있다. 이른바 '외부'로부터 끌어오는 의존세입이 많으면 상대적으로 자체세입이 떨어져 결국 자립도가 낮아진다는 주장이 나올수있다. 하지만 인건비를 포함한 필수경비를 빼고 그다지 여유롭지못한 재정여건의 자치단체로서는 수치논란이 무의미함직하다.

이렇게볼때 자치단체의 예산 씀씀이는 관심사항이 아닐수없다. 안그래도 부족한 자체재원마저 자칫 '주인잃은 눈먼돈'으로 새어나가는 일은 경계해야할 일이다. 방만하고 비효율적 예산집행으로 주민혈세가 새어나간다면 재정여건은 더욱 어려워질게 뻔하기때문이다.

요즘들어 감사원이 지방자치단체의 부실예산운용에 대한 감사에 나섰다는 소식이 들린다. 지난 5년에 걸쳐 자치단체장의 선심성집행과 불필요한 예산남용을 중점적으로 파악한다고한다. 감사결과가 어떻게 그려져 주민들한테 전해질지 두고봐야하겠지만 주민들 나름대로도 예산감시의 눈을 크게 뜰 필요가있다. 혈세가를 내는것도 주민의 몫이지만 혈세가 소리없이 누출되는것을 막는것 역시 주민의 몫이다.<백승훈·서귀포지사장 겸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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