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계층개편 설명회에 김태환지사가 직접 나섰다. 생각만큼 인지도가 쑥쑥 올라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설명회를 연장해가며 대중을 찾아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의 말마따나 오죽 답답했으면 이러겠는가.

김지사의 특강(?)은 나름대로 약발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머리에 쏙쏙 들어가도록 쉽게 설명하기 때문이다. 그는 설명회에서 혁신안의 반대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하는데 비중을 두고있다. 지방자치제의 후퇴란 주장에 대해서는 현재의 도의원을 읍면동 별로 1인이상 선출하면 지역주민의 의사를 대변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했다.

두번째 공무원과 교부세 감소에 대해서는 절대 그러지 않는다는 정부의 확약내용을 재확인 해주고 있다. 세번째 산남지역의 황폐화에 대해서는 시군을 하나로 통합관리해야 편중개발을 억제하고 지역균형개발을 꾀할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도지사 권한의 비대에 대해서는 도의회의 견제론으로 받아쳤다.

그런가하면 현행 점진안은 시군마다 교통카드와 수돗물 가격이 다르고 경쟁적인 중복투자로 인한 비효율성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방송과의 대담에서는 “점진안과 혁신안의 지지도가 막상막하”라는 사회자의 멘트를 “그렇지 않다. 혁신안이 훨씬 높다”고 고쳐 잡기도 했다. 혁신안을 추구하는 김도정의 의중을 확실히 엿볼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김지사는 공식적으로는 여전히 원론적인 중립입장을 천명하고 있다. ‘도민의 선택권’을 존중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를 액면 그대로 믿는 도민들은 많지 않다. 정책결정에 따른 부담과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명분이라는 것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도민사회를 이끌어가는 도정은 선봉에 서서 도민들을 리드해야 한다. 도정 입장에서 어느 것이 옳고 그름을 분명히 밝히고 지지를 유도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그냥 도민들이 하는대로 쫓아가겠다면 이는 본연의 임무를 팽개치는 것과 진배없다. 지금 도민사회가 어수선하고 우왕좌왕하는 것은 이런 까닭에서이다.

따라서 김도정은 더이상 속내를 감추지 말고 솔직하게 도민들을 설득해야 한다. 그래야 이해도 빠르고 혼란도 최소화할수 있는 것이다. 지금 도가 추진하는 것은 행정계층구조 ‘개편’이 아니던가.

행정‘개편’을 하겠다면서 현행안(점진안)을 들러리로 세우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자 도민을 우롱하는 처사이다. 엄밀히 따지면 현행안으로 가는 것은 ‘개편’이 아니다. ‘고수’나 ‘유지’하는 것이다. 현행과 같은 행정계층을 고수하려면 개편작업을 한답시고 야단법석을 떨 필요도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도가 굳이 행정개편의 목표를 감추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물어보나 마나다. 반대론자들의 반발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내년 도지사 선거를 앞둔 김지사로서는 표를 염두에 두지 않을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선택의 책임을 도민들에게 떠넘기는 것은 비겁한 일이다.

굳이 도가 강조하지 않더라도 최종적인 결정은 도민이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정책판단에 대한 전문적 식견과 자료등을 독점하고 있는 김도정도 선택하기 곤란한 예민하고 중차대한 사안을 과연 우리네 어머니와 할아버지들이 제대로 짚어낼수 있을지 따져봐야 한다. 아무래도 도가 ‘초벌 검질’을 매줘야 한다. 하다못해 도민들이 답하기 쉽게 힌트라도 줘야할 것이다. <진성범·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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