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본성에서 벗어나지 않는 합리적인 행동 규범,우리는 그것을 옛부터 예(禮)라고 불렀다.사회규범인 점에서 예는 시대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생활이 달라지고 그에 따른 습속이 달라지기 때문일 것이다.하지만 예가 본질적으로 인간의 본성에 호소하는 것인 한 시대를 시공을 초월하는 인간 사회의 규범이자 질서 일 수 뿐이 없다.가까이는 자식이 부모에 대한 예가 그렇다.우리는 그것을 효(孝)라고 일컬어 왔다.효는 덕(德의) 근본으로,공자는 사람의 모든 행위중에서 효보다 더 큰 일은 없다고 했다.

공자의 제자이자 효의 경전인 효경(孝經)의 저술가 증자.그가 이르기를 효도에는 세가지(三孝)가 있다고 했다.첫째가 어버이를 존경하는 것이며,버금이 부모를 욕되게 하지 않는 것,그다음으로 등따습고 배곯게 하지 않는 부모 봉양이라고 했다.그러나 그 자신은 부모봉양의 작은 효를 시행에 옮겼음 뿐,어버이를 마음으로 존경하고 욕되지 않게 했는가는 자신이없다고 했다.그의 말에 따르면 올바른 효도란,부모가 자식에게 바라는 어버이의 마음을 계승하고,어버이의 올바른 도에 이르도록 깨우칠 수 있어야 진정한 효라고 했다.부모의 과실까지도 등에 업을 수 있어야만 진정한 효이며,그렇다고 깨우치거나 부모의 잘못을 만류함에 있어 부모에게 거스름이나 반항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했다.이 말은 곧 부모가 도를 잃었다고 해서 자식이 낯색을 변해서는 안된다는 말로 어버이 섬기기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가르치고 있다.

자식이 부모에 대한 낯색이 어떠해야 하는 가.그것을 예기(禮記) 제의편은 이렇게 적고 있다.

"부모를 생각하여 깊이 사랑하는 자에게 반드시 부드러운 기운의 화기가 있고(孝子之有深愛者,必有和氣),부드러운 기운 있는자에게는 반드시 안색에 부드러운 표정이 있으며,안색이 즐거운 빛을 띤 사람은 반드시 그 몸가짐에 유순하고 상냥함이 있다..."

갑작스런 효의 타임캐슐 여행은 오늘이 어버이 날이어서다. 평소 부모의 낯색과는 상관도 없이 마음에도 없는 선물이나 용돈 몇푼 들려 드리고 총총이 돌아서면 그만인 날이기도 하다.존친(尊親) 불욕(不辱)의 큰 효를 하기에 앞서 년중 한순간의 부모봉양으로 효를 다한것처럼 착각하고 싶은 하루다.하기사 옛성현들까지도 삼효(三孝)를 다하기란 쉽지 않다고 했으니 그것으로도 다소의 위안이라면 위안이다.그래도 거울속에 비친 부드럽지 못한 표정은 비단 나만의 어색한 얼굴은 아닐 터.<고홍철·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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