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을 너무 사랑하고 좋아하는 소녀입니다.나의 소망은 백댄서가 되는 것입니다.하지만 청각장애아이기 때문에 백댄서가 될 수 없다고 늘 부모님께서 일러주시지만 나는 나의 소망을 이루고 싶습니다”(영지교 중3.김수연)“나는 시인이 되고 싶다”(영지교 고2 지체반 유혜영),“지체장애인이기 때문에 청각장애인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 수화통역사가 되고 싶다”(영지교고1 김민지)“내 안의 뜨거움을 음악으로 표출하고 싶어 음악가가 되고 싶다”(영지교 지체중3 김민규)“나는 컴퓨터 정보 검색사가 되러 서울로 가고 싶다”(영송학교 정지윤) 열살무렵 중도실명이되고 지체부자유가 된 이행선(영지교 고2,시각장애반)의 점자 글짓기.

 장애인의 날 기념으로 제주도장애인 종합복지회관이 마련한 글짓기대회에 참가한 장애부 아이들의 글쓰기를 보면 자신들의 장애보다 타인의 더 힘든 장애를 가슴아파하는 순수와 꿈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소년시인 김민식을 아시는지.

 민식이는 올해 열여덟살.누워서 시한부 인생을 사는 소년입니다.그를 지탱해주는 것은 시입니다.심하게 떨리는 손으로 독자가 보내준 컴퓨터 자판을 두드릴 힘도 없고,연필을 쥘 힘조차 약합니다.그는 ‘부흥2000’이란 노래를 듣고 싶다고 했습니다.그러나 그의 목소리는 한없이 맑고 밝았습니다.

 82년 충남 청양의 칠갑산 자락에서 태어나 7킬로미터가 넘는 험한 산길을 걸어 초등학교 4학년 1학기까지 다니던 아이.그 총명하던 아이에게 어느날 갑자기 불치병이 들이닥쳤던 거지요.점점 근육이 수축되고 마비돼 정상적으로 생활하지 못한다는 이 병을 앓고 있는 그는 처음엔 2-3년밖에 더 살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손이 떨려 글을 쓸 수 없었다 합니다.그런 아이가 세상의 변화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시를 만난지는 5년째 된답니다.온갖 동물을 사랑하는 소년의 꿈은 동물학자였습니다.소망의 집이란 장애인 공동체를 알고 지내게 되면서 문득 글을 쓰게 됐다지요

 “내가 시를 쓰는 이유를 들자면 우선 마음이 평화로워지기 때문이다.그리고 아름다운 시를 쓸 수 있다는 그 자체가 내게는 커다란 기쁨이자 희망이다.또한 나는 시를 쓰면서 내 나름대로 세상을 배워나간다”이것이 소년의 시쓰기 이유랍니다.

 “솔개의 눈빛이 되어/푸른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푸른 하늘의 구름되고 바람 되어/한마리 솔개 되어/푸른 하늘을 자유롭게 날고 싶다/푸른 하늘의 태양이 공기가 되고 싶다/솔개를 뒤고 하고는/고요한 어둠이 찾아 오고 싶다”(‘솔개’)

 첫 시집 「솔개」에서 그는 그렇게 푸른 솔개의 눈빛을 소망했습니다.종일 홀로 꿈꾸며 사는 그의 가정 역시 어렵습니다.어머니는 얼마전 자궁암 수술로 통원치료를 받고 있고,아버지가 소작하던 농토마저 도로가 뚫리면서 생계마저 막막해졌지요.바로 며칠전 독지가들의 도움으로 그는 두 번째 시집을 냈습니다.‘사는날까지 행복하고 아름답게’(두레미디어)

이 시집에는 그가 남은 생을 얼마나 아름답게 가꾸고 싶어하는지 세상을 보는 맑은 눈이 보입니다.그가 말한 희망의 싹하나,내 마음속에 과연 착한 민들레 씨앗하나 뿌리며 사는 이 얼마나 될런지요.총선때의 공약이나,장애인의 날이면 반짝하는 관심이 얼마나 진정한 것인지 스스로 알 수 있을 겁니다.복지법을 만든다 어쩐다지만,휠체어 하나 지나다닐 통로가 없는 객석,길이 존재하는게 현실입니다.누구든 중도 장애자가 될지도 모를, 한치 앞도 못보는 사람들의 먼 눈앞에서 길닦이를 하는 이들이 바로 이들 꿈많은 장애아들이 아닐까요.

 사월이 갑니다.많은 장애인들이 희망하는 달 사월이 갑니다.소년 시인 민식이의 야윈 가슴밭에 심은 민들레도 쑤욱쑥 고개를 쳐들고 있습니다.멀쩡한 인간들이 작은 소비욕망에 기웃거리고픈 봄날에. 사람들을 향해 민식이는 노래합니다.

 민들레 새싹의 값진 삶을 보신 적이 있는지요/많은 사람들의 밟힘 속에서도/끝없이 삶을 이어가고 있는 생명력을.../짓밟히면서도 꿋꿋하게 살아남는 작은 민들레/환경에 적응하느라 몸집은 더욱 작아지지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홀씨가 되어 떨어집니다/멋진 삶을 값지게 살아내는 작은 민들레처럼/역경 속에서도/최선을 다하는 /그런 인생이 되고 싶습니다(민들레 새싹).<편집부국장대우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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