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런 항의를 많이 받는다. “신문에는 반대만 있고 찬성은 없다. 언론은 양쪽의 주장을 공평하게 다뤄야 하는데 한쪽 편만 들어도 되는가.” 백번 지당하신 말씀이다. 언론은 불편부당해야 한다.

아닌게 아니라 최근의 신문을 뒤져보면 거의가 반대 일색이다. 토론의 내용도, 도민들의 기고도 마찬가지이다. 찬성하는 글은 어쩌다 한번이다. 그러나 언론이라고 해서 시중의 여론을 형편의 논리에 따라 기계적으로 꿰맞출 수는 없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날 따름이다.

이와 관련해서 털어놓은 한 지방의원의 말은 시사적이다. “민심의 너울현상이 너무 심한 것 같습니다. 최근의 지역현안에 대해 나름대로 여론을 파악해보면 찬성이 많게 나타나는데도 실제 언론을 통한 사회분위기는 반대로 흐르고 있어 갈피를 잡을수가 없습니다. 그런가하면 주민들의 본심도 정확히 읽기가 어렵습니다. 술자리 같은 데서는 이런 저런 논리로 유창하게 목소리를 높이던 사람들도 정작 멍석을 깔아주면 침묵을 지킬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주민의사를 정책에 제대로 반영할 수가 없어요.”

왜 그럴까. 그의 답은 간단하다. 반대하면 투사로 비쳐지고, 찬성하면 어용으로 몰리는 사회분위기가 여전한 탓이라는 것이다. 이때문에 지역주민을 대변하는 지방의원들조차도 찬성과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히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표를 먹고사는 그들로서는 여론의 눈치를 보지 않을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이래도 욕먹고 저래도 욕먹느니, 차라리 입을 다물어 2등이나 하자는 심산인 것이다.

이처럼 할말을 다하지 못하고 사는 사람은 비단 선출직만이 아니다. 사회지도층 인사들도 비슷하다. 잘못 나섰다가는 하루아침에 매도당하게 된다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아예 말문을 닫고 사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민심이 제대로 걸러질 리가 만무한 것이다.

행정계층개편만 하더라도 그렇다. 두 번에 걸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여전히 혁신안 지지도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도 신문에는 반대 목소리가 더 높은 실정이다. 무엇보다 말없는 다수의 의중이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얼마전 한 출향인사는 지방신문에 이런 글을 기고했다. “매일 아침마다 대하는 지역신문의 지면마다 반대하는 외침에 이제는 신물이 날 정도다. 왜 시민과 사회단체 회원들의 목소리는 들리고 다수 지식인과 경제인들은 침묵만 하고 있는가. 제주도정 또한 어정쩡하기는 마찬가지다. 도정은 여론조사다, 도민의견이다하면서 확실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자고로 할말을 깨놓고 하는 사람은 뒷끝이 없는 법이다. 반면에 앞에서 제대로 말을 못하는 사람은 뒷말이 더 많다. ‘말없는 다수’들도 그렇다. 앞에서는 한마디도 하지 못하다가 정책결정이 이뤄지고나면 그제서야 이러쿵 저러쿵 토를 다는 경우가 많다. 결과에 대해 승복도 하지않고 불평불만만 늘어놓기 일쑤이다.

그래서는 안된다. 이제 ‘말없는 다수’도 입을 열어야 한다. 뒤에만 숨어있지 말고 당당하게 앞으로 나와 소신을 밝혀야 한다. 그래야 여론의 왜곡현상을 막을수 있다. 계속 장막 뒤에 숨어서 이쪽 저쪽 눈치만 살피는 것은 비겁한 일이다.

또 점잖은 체면만 따지는 것은 이기적이고 위선적인 행태이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진성범·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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