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환 도정이 어느새 첫돌을 맞았다. 그는 바로 1년전 도지사로 뽑아주면 제주도를 확 바꾸겠다는 야심찬 청사진을 펼쳐보였다. 또 목청을 높인 당선 취임사에는 포부와 의욕이 철철 넘쳐 흘렀다.

과연 김도정은 지난 1년동안 무엇을 했는가. 그가 도민들 앞에 내놓은 공약은 얼마나 이뤄졌는가. 특히 도민대통합과 지역경제살리기는 약속만큼이나 잘 되고 있는가.

되돌아보면 김지사만큼 숨가쁘게 달려온 사람도 드물 것이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1년을 하루같이 전도를 안방처럼 뛰어다녔다. 시장 군수보다 더 구석구석을 누비고 또 헤집고 다녔던 것이다. 하루 24시간이 짧고,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도대체 언제 잠을 자고, 어떻게 시간을 쪼개 쓰기에 그렇게 시공을 훨훨 날고 다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도 제주도정의 성장동력은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가 쏟는 열정이면 도정은 힘차게 쭉쭉 뻗어나가야 마땅한데 실상은 그러지 못하다. 덜컹 덜컹 주춤거리기 일쑤이다.

그 이유는 자명하다. 페달과 엔진이 낡고 고장나서가 아니다. 무엇보다 결단력과 추진력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뭣하나 속시원히 결론을 내지 못한채 우물쭈물 눈치만 보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눈치싸움만 벌이는 도정현안들은 여전히 많다. 행정계층구조 개편과 화순항 해군기지 건설, 한라산 케이블카와 모노레일카 설치등 한두가지가 아니다. 이제는 더이상 듣기에도 식상할 정도이다.

문제는 이로인한 소모적인 논쟁이 반목과 갈등을 키운다는데 있다. 그래서 언론마다 한결같이 과감한 결단을 촉구해보지만 김도정은 여전히 갈팡질팡이다. 여론의 눈치를 보느라 정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독자적인 정책 개발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또한 변변한 프로젝트도 하나 없다. 전임도정의 설거지를 하는데도 힘에 부치기 때문인 모양이다.

얼마전 한 지방신문의 사설은 김도정 1년을 이렇게 정리했다. ‘눈치보기 도정’‘미지근한 도정’‘세월만 가라 도정, ‘유야무야 도정’. 그 사설은 “도정에 대한 도민 비판은 뚜렷한 소신과 철학 등 아직까지도 정체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도정 책임석에 대한 일반의 평가”라고 덧붙였다. 많은 도민들이 공감하는 부분일 터이다.

이제 김도정은 비장한 각오로 남은 절반을 채워가야 한다. 여기서 소모적인 논쟁을 끝장내고 실행에 옮기는게 중요하다. 도민들은 이미 지칠대로 지쳐있다. 짜증나다 못해 신물이 날 정도이다. 1년이면 그래도 많이 참고 오래 기다려온 셈이다. 더이상 질질 끌어서는 안된다.

그나마 김도정이 행정계층개편에 대한 주민투표 여부를 곧 결론내기로 하는등 막판 속력을 내는 것은 다행스럽다. 그렇게 뚝심있게 나머지 현안들도 하나 하나 매듭지어야 한다.

또한 김도정은 남은 1년을 효율적이고 생산적으로 아껴 써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사와 간부직원들의 역할분담을 확실히 해야할 것이다.

지금처럼 부지사와 국장들이 챙겨도 되는 행사를 지사가 직접 나서서 챙기는 것은 지나친 정치적 행위로 비쳐질수 있다. 그럴 시간이 있으면 중앙으로 나가 한푼의 예산이라도 더 따와야할 것이다. 정치꾼은 다음 선거를 생각하고 정치가는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는 경구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진성범·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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