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놓고 작업(?)하는 남자와 아닌 척 하면서도 은근히 즐기는 듯한 여자. 영화 「연애의 목적」은 뻔뻔할 정도로 저돌적인 남자와 당돌한 여자가 만나 풀어내는 연애담이다.

남자는 속내를 전혀 숨기지 않는다. 아무런 거리낌없이 당당하게 요구한다. 온갖 부드러운 거짓말로 유혹하지도 않는다. 바로 원하는 것을 내지른다.‘같이 자고 싶다’고. 그러나 결혼은 싫단다. 참 뻔뻔하다. 그러나 왠지 귀엽다. 오로지 ‘자고 싶은 욕구’로만 가득찬 남성, 이게 박해일이 만들어낸 새로운 남성상이다.

여자는 ‘나랑 자려면 50만원을 내야’한다고 능청스럽게 장난치다가도 독할 때는 세상을 다 얼릴 듯 차갑다. 그러나 끈질기게 지분거리는 남자가 싫지만은 않다. 「올드보이」의 강혜정이 당동하고 뻔뻔한 여성상을 만들어냈다.

주인공들은 함부로 뱉어보지 못했던 적나라한 대사를 아무렇지도 않게 입밖으로 꺼낸다. 너무 빤히 속을 들어내 어이가 없고 솔직해 당황스럽다. 그러나 보는 이들은 너무 허심탄회한 그 황당함에 웃지 않을 수 없다. 이게 이 영화가 주는 묘미다.

그러나 ‘하룻밤 사랑’을 두고 줄다리기하면서 그들은 어느새 연애에 진입하게 되고 목적 없는 수작은 목적이 생겨버린 연애 때문에 그들은 복잡해진다. 그 과정에서 이들의 꿍꿍이와 속내가 녹아 있는 거침없는 대화는 ‘연애란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파고든다.

감독 한재림. 출연 박해일, 강혜정. 러닝타임 121분. 18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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