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월드컵축구대회가 사실상 막오른지 두달째다. 지난 3월5일 트리니다토바고와 안틸레스의 첫게임을 시작으로 예선대회에 돌입, 지구촌 곳곳에서 축구전쟁으로 뜨겁다. 2002년 한국과 일본에서 열리 본선출전티켓을 따려는 녹색그라운드의 예선다툼은 내년 11월까지 계속된다.

예선전이 가열되면서 한국과 일본, 양국의 본대회준비도 바빠지는 분위기다. 일본보다 준비작업이 다소 뒤쳐진 우리로서는 움직임이 더욱 분주해질수밖에없다. 경기장시설은 물론이고 선진문화의식의 뒷받침속에서 월드컵을 완벽하게 소화해낼수있다고 전제할때 목적지까지 가려면 아직도 먼셈이다.

서귀포시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월드컵개최 주인공으로 뒤늦게 낙점된만큼 오히려 시간적 부담이 더 큰편이다. 겨울공사로 30%를 웃도는 공정율을 기록, 경기장골격을 나름대로 갖췄지만 마음은 여전히 급한 실정이다. 계획대로 올해말까지 71%로 끌어올리고 내년말에 공사를 마치려면 눈돌릴틈은 없을것같다.

이래서 FIFA조사단이 최근 '제주월드컵경기장'을 방문해 내보인 반응은 고무적이다. 경기장진척율에 만족감을 표시했고 "경기장이 아름답게 느껴진다"는 말도 덧붙였다. 게다가 본선조추첨 장소로서의 별다른 거부감이 없었다고한다. 비록 FIFA측의 외면적 평가지만 다행스러운 일임에 틀림없다.

노출됐듯이 서귀포시의 월드컵개최는 갈등속에서 이뤄졌다. 이유는 돈때문이다. 1천억원이 넘는 경기장시설 재원확보가 문제였다. 또한 대회후 부딪칠 경기장관리도 개최에 부담감으로 작용했다. 때문에 민선1기 '愼도정'과 '吳시정'도 그리고 민선2기 '禹도정'과 '姜시정'이 적지않게 몸살겪은게 사실이다.

이렇게 출발한 월드컵프로젝트는 이제 목표지점을 향해 속력을 내고있다. 유치조건을 내세워 국비지원을 외면해오던 정부도 2백80억원을 보태겠가고 밝혀 돈에 쫑기던 자치단체의 큰 고민도 다소 누그러진 상태다. 게다가 조추점이벤트 개최장소로도 가장 유력해 '월드컵제주'의 비중은 점차 커지고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드컵분위기는 도내 전반적으로 뜨지못하고있다. 유치논란을 벌일때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게 없는 느낌이다. 경기장시설은 그렇다치더라도 월드컵문화운동마저 서귀포지역의 몫으로만 맴돌고있을 정도다. 프랑스월드컵에 열광하면서 월드컵제주에는 고개숙였던 재작년 상황이 여태 이어지는건 또다른 고민거리가 아닐수없다.

구태여 원인을 따지자는게 아니다. 잘잘못이나 옳고 그름을 가릴 성격의 사안도 역시 아니로 여겨진다. 다만 전국의 1~2%쯤에 불과한 제주도에서 월드컵행사마저 지역경계에 얽혀져 결집력을 발휘하지못하는것같아 안타깝다는 의미일뿐이다.

누차 강조됐지만 월드컵개최는 단순한 축구행사를 넘어선다. 이미 88올림픽행사에서 겪은것처럼 스포츠를 초월해 발생하는 부가가치를 무시할수없는탓이다. 다시말해 서귀포시가 주최하고 제주도가 후원하는, 단지 규모가 좀큰 그저그런 행사쯤으로 평가절하는 시각에서 벗어나 힘을 보태줘야할것같다.

얼마전 신철주북제주군수가 던진 한마디는 다행스럽다. 비록 ' 예산지원이 아닌'이라는 전제였지만 월드컵분위기조성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짧지만 월드컵제주를 향한 원동력일수있는 이런 말들이 도내 전행정주변에서 자주 나올때 월드컵성공을 보장받는다해도 지나치지않을것이다. 어느 공익광고의 '우리는 하나'라는 문구는 월드컵제주를 위한것인지도 모른다.<백승훈·서귀포지사장 겸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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