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또 위원회를 구성했다. 어려운 고비마다 내놓는 바람막이 우회전술이다. 이번에는 ‘모노레일카 설치 검토위원회’이다. 김도정은 기어이 모노레일카 설치를 강행하려는 것인가.

김도정의 정책결정 과정은 좀 유별나다. 뭣하나 속시원히 독자적으로 결정하는게 드물다. 주요 예민한 현안마다 위원회의 입을 빌어 최종결정을 내릴 때가 많다.

그러다보니 어느날 급조된 각종 위원회가 제주도의 정책을 좌지우지 한다. 갑작스레 정책을 뒤집거나 결론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김지사의 결단력이 부족해서인가, 아니면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서인가.

도 당국의 명분은 한결같다. 도민여론을 폭넓게 반영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하지만 이를 곧이 곧대로 믿는 도민들은 그리 많지 않다. 위원회가 지나치게 난립하거나 제기능을 다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김도정이 독자적으로 명쾌하게 결단한 현안은 거의 없다. 대부분이 위원회를 등에 업고 결정을 내렸다.

여미지 매입계획만 하더라도 그렇다. 도는 느닷없이 ‘여미지매입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처분을 맡겼다. 결과는 이미 알려진 대로이다. 도의회까지 의결했던 여미지 매입계획은 위원회의 4대5란 근소한 투표결과에 따라 막판 뒤집혀진 것이다.

한라산 케이블카도 마찬가지이다. 작년 12월 환경부가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 허가신청’을 반려했는데도 도는 승복하지 않았다. 그런 도가 올3월 구성한 ‘케이블카설치 테스크포스팀’이 엊그제 불가결정을 내리자 즉각 이를 수용하고 백지화를 선언했다.

결국은 정부의 지침대로 케이블카 설치를 포기하면서 도는 어째서 새해 벽두부터 다 꺼져가는 케이블카 논쟁에 다시 불씨를 지폈는가. 각계의 권위있는 환경전문가들이 수년간에 걸쳐 도출해낸 정부의 지침이 미덥지 않아서였던가. 그래서 애초부터 김도정이 케이블카를 추진할 의지도 없으면서 케이블카 찬성론자들의 반발을 의식해 질질 끌며 폼만 잡아왔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것이다.

이 뿐만아니다. 지금 제주사회를 흔들고 있는 행정계층개편 문제도 위원회의 후광을 업고 밀어부치고 있다. 실제로는 도가 주도하면서도 모양은 행정개혁위원회와 특별자치도 추진위원회의 결정에 의한 것처럼 포장한 것이다.

이처럼 김도정은 민감한 사안마다 위원회에 결정을 미루고 있다. 그러다보니 각 부서마다 위원회가 넘쳐나고 있다. 위원회에 끼지 못하는 사람은 팔불출의 하나라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이다.

궁극적인 문제는 이들 위원회들이 얼마나 제구실을 다하고 있느냐는데 있다. 위원회 구성원들이 ‘친도정 인사’가 주류를 이루는 현실에서 한낱 들러리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위원회의 운영을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전문가의 다양한 의견을 깊이 수렴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도 많다. 도정현안을 여론과 절차에 따라 신중하게 추진할수 있다는 점에서 권장돼야할 것이다.

그러나 도 공무원들 자체적으로 추진할수 있는 사안도 책임회피용으로 남용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도정 스스로 결단할수 있는 정책마저도 여론의 눈치 때문에 위원회의 명성을 비는 것은 여러모로 소모적이다. 바쁠수록 돌아서 가라고 했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시끄럽다. 또 모노레일카 논쟁이 걱정된다. <진성범·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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