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행정계층구조 개편에 따른 도민투표가 내달 실시케 됐다. 엊그제 행정자치부가 제주도의 주민투표 건의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과연 결론이 어떻게 날지 초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되돌아보면 여기까지 오는데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참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여론을 중시하는 김태환 도정으로서는 감내하기 힘든 고난의 역정이었다.

사실 올해초까지만 하더라도 주민투표 성사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김도정이 ‘도민공감대’란 애매모호한 기준을 전제로 깔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했던가. 김도정은 그 특유의 스타일대로 빙빙 돌고 돌아서 끝내 목적지까지 힘겹게 도달했다. 종래와는 판이한 뚝심을 발휘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러나 김도정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무엇보다 주민투표율을 높이는게 ‘발등의 불’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장애물을 뛰어 넘어 고지를 바로 눈앞에 두고있지만 투표율이 떨어지면 모든게 끝장이다.

그 뿐만아니다. 주민투표 무효로 인한 사회적 혼란과 부담은 엄청날 것이다. 지역간 계층간 정파간 반목과 갈등은 보통 문제가 아니다. 생각만 해도 아찔한 노릇이다.

현행 주민투표법은 유권자 3분의1 이상이 투표에 참여토록 하고 있다. 따라서 투표율이 34%를 넘지못하면 아예 투표함을 개봉할 수가 없게되는 것이다.

따지고보면 투표율 34%라는 것도 마지노선에 불과하다. 그것만으로는 특별자치도의 성공을 담보할수 없다. 범도민적 공감대를 얻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최소한 투표율이 50%이상은 돼야 도민들의 승복과 지역화합을 이끌어낼수 있다. 김도정이 투표율 높이기에 올인해야 하는 절대적 이유이다.

그러나 투표율을 높이는 일은 생각처럼 그리 쉽지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사상 처음인데다 총선이나 지방선거와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지연과 학연 등 연고주의 선거에 익숙해온 도민들의 관심과 흥미를 끌기 어렵다는데 문제가 있다. 지난해 도지사와 제주시장 동시선거 투표율조차 50%를 밑돌았던 사실을 상기하면 여간 우려스런 일이 아니다.

그런가하면 투표시기도 매우 나쁘다. 무더운 여름 휴가철인데다 평일이어서 투표에 대한 관심은 아무래도 시들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김지사는 투표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주도록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하지만 결코 간단한 일은 아니다.

여기에다 일선공무원들의 소극적인 자세도 걱정을 더해주고 있다. 알다시피 시장·군수들은 지금 혁신안을 노골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과연 일선 공무원들이 투표참여를 위한 홍보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따라서 도는 투표결과 보다도 우선적으로 투표율 제고를 위해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그게 앞으로 계층구조 개편에 따른 도민사회의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이를 위해 도민들도 이제는 적극 나서야 한다. 제주의 미래와 운명을 투표로 직접 결정해야 한다. 계속 뒷짐만 지고 있다가 나중에야 이러쿵 저러쿵 불만만 늘어놓는 것은 민주시민의 자세가 아니다. 반드시 투표에 참여해 특별자치도민의 성숙된 자치역량을 보여줘야할 것이다. 옛부터도 투표율하면 제주가 단연 최고가 아니었던가.
<진성범.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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