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옹포천과 수문. 제방 건너편의 동명답은 폐답이 된 채 대부분 매립되고 있는 상황이다.


◈동명답·옹포천·옹포리 조간대(한림읍 옹포리)


 동명답은 한때 한림읍 관내 최대 벼 경작지였다.동명답은 한림읍 동명리 일대 10만평에 달하는 지역으로 수질이 좋은 물이 많이 나 예로부터 이 지역 농가소득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그러나 경제성을 잃으면서 현재 이 일대 벼 경작지는 1000평도 안된다.올해의 경우 모내기를 한 곳은 고작 100평에 불과하다.

 여름이면 논에서 시끄럽게 울던 개구리의 울음소리도,맵시있게 날아오르는 물찬 제비의 모습도 우리가 정신없게 달려오는 가운데 어느덧 쉽게 만날 수 없는 풍경이 돼 버렸다.

 동명리 진근동에 사는 문영춘씨(60)는 “70년대 후반까지 500평규모의 논농사를 했다”면서 “특히 진근동 일대에서 나는 쌀은 윤기가 나고 맛이 좋아 한림 오일장에서 그 인기가 최고였다”고 말했다.

 동명답은 습답이다.이 일대는 구명물·문두물·작지물·오자물·강생이물·조물·개명물·월계수물·마고물 등 용천수가 많다.

 또 이들 용천수들은 옹포천의 큰 물줄기를 이루고 있다.물줄기는 본래 세 갈래다.한림정수장에 근무하는 홍한복씨(42)는 “옹포천은 현재 정수장내 있는 큰 조물·작은 조물에서 흘러나온 물과 진근동쪽의 문두물·작지물·개명물 등지에서 흘러나온 물, 그리고 명월리 지경의 개꼬리오름과 강생이물을 거쳐 흘러나온 물이 합쳐져 큰 줄기를 이뤘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큰 조물과 작은 조물은 용천수량이 커 현재 한림정수장 용천수로 활용되고 있고 개꼬리오름과 강생이물쪽에서 흘러드는 물은 수량이 비교적 적다.가뭄 때는 물 흐름이 끊기고 만다.

 제주도가 최근 펴낸 ‘제주의 물·용천수’에 따르면 1일 평균 용출량의 경우 개명물이 1만8932입방m로 가장 많고 큰 조물과 작은 조물이 각각 7000입방m와 3337입방m로 돼 있다.

 또 월계수물과 막고물도 1일 평균 용출량 7000입방m를 자랑하며 강생이물은 1000입방m수준이다.

 옹포천의 총 길이는 5.36㎞가량 된다.하천 바닥을 보면 상류쪽은 대부분이 진흙바닥이며 수초가 풍부하게 자생하고 있는 반면 하구쪽은 자갈이다.

 또 일주도로 지경의 옹포교와 우회도로 쪽의 월계교 근처에는 유수량을 조절할수 있는 제방과 수문이 설치돼 있는 게 특이하다.

 문두물에서 둑을 따라 조간대 쪽으로 걸어간다.낯선 이방인의 발자국 소리에 놀란 듯 왜가리 2마리가 푸드덕하고 날아 올랐다.이곳에는 왜가리 뿐만아니라 쇠백로·농병아리·뿔논병아리·흰뺨검둥오리와 비오리·청둥오리 등이 찾아온다.

 또 옹포천을 따라 임항도로 건너편 조간대에서는 괭이갈매기·재갈매기 들을 만날 수 있다.

 옛 도축장 인근에 5∼6개의 통발그물이 놓여 있는 게 눈에 띈다.참게를 잡기 위해 설치해 놓은 것이다.옹포천에 참게가 서식하고 있는 것은 그 만큼 수질이 좋다는 것이다.

 참게는 말그대로 ‘진짜 게’다.옛 사람들은 바닷게보다 민물게인 참게를 더 선호했다.

 이 일대 참게는 대개 옹포천과 바다가 만나는 하구에서 산란한다.동명답의 가을걷이가 끝나고 첫 서리가 내릴 무렵이면 참게는 알을 통통하게 밴 채 몸을 이끌고 하구쪽으로 내려간다.

 바로 그때에 맞춰 동명리·옹포리 주민들은 개울가에 통발그물을 치고 알밴 참게를 맘껏 잡아들였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흑백영화의 빛바랜 영상일 뿐이다.참게잡이는 더 이상 생업이 아니다.심심파적으로 하는 일이다.들이는 수고에 비해 어황이 형편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참게 서식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옹포천 범람을 막기위해 양옆으로 2m가량의 제방을 쌓는 바람에 배후습지와의 물의 순환이 끊긴 상태이다.

 특히 이 일대는 비교적 맑고 깨끗한 용천수와 함께 수영·고마리·흰꽃여뀌·미나리·피막이·망초·가막사리·금불초·빗자루국화·골풀·네가래·부들·갈대·물참새피·올챙이고랭이·개구리밥·말즘 등 습지식물이 서식함으로써 참게 생육의 좋은 환경을 제공하나 옹포천 본류와 차단됨으로써 매립될 위기에 처해 있다.

 담수어류들도 어획량이 눈에 띄게 줄어든 상태다.옹포천에 서식하는 어류로는 은어·미꾸리·쌀미꾸리·꾹저구·뱀장어 등이 있다.지난 80년에는 이 일대 논에서 기름종개가 채집됐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확인되지 않은 것을 보면 멸종된 것으로 봐야 옳을 듯 싶다.

 더욱이 우점종도 은어에서 쌀미꾸리로 바뀌고 있기 때문에 하천의 오염도를 짐작할수 있는 기준이 되고 있다.

 옹포천 하류 조간대도 개발바람에 밀려 해안선이 바뀐 상태.작년 11월 폭 25m·길이 1.6㎞의 한림―옹포 임항도로가 개설됨으로써 생태계가 크게 위협받고 있다.

 바닷물의 드나듦도 임항도로 밑에 있는 통수구에 달려 있다.이 일대 생태계의 존립과 물의 순환을 저 통수구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한다.

 따라서 이 임항도로는 해안도로가 아니라 해상도로라고 해야 옳다.

 게다가 임항도로의 개설이 옹포리 조간대를 매립하기 위한 사전 단계로 비쳐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옹포천을 취재하고 나서 느낀 단상.우리는 그동안 하루하루 브레이크 없이 굴러가는 자동차 마냥 숨가쁘게 달려왔다.어느덧 속도의 공포에 익숙해져 삶과 자연을 음미할 수 있는 시간조차 갖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옹포천이 진정 생명력 넘치는 세상이 되기 위해서는 오직 달려가는 것이 아닌 뭇 생명들과 함께 더불어 가는 느리고 더딘 발걸음과 사랑이 필요하다.<취재=좌승훈·좌용철 기자·사진=김대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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