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가 해양연구에 중심에 있는 것은 사실이죠”

해양관련 이슈를 취재할 때마다 중앙 해양 연구기관 석학들에게 자주 듣는 말 중에 하나다.

제주도가 정부의 공공기관 이전 계획 수립 당시 해양관련 기관 제주 유치를 기대했던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작 정부가 발표한 제주에 이전될 계획인 공공기관 명단에는 바다라는 단어를 찾을 수가 없다.

지난달부터 중국 측 해역과 맞대고 있던 한국 측 과도수역이 국내 배타적 경제수역으로 편입됐다.

제주를 중심으로 우리 어민들이 자유롭게 어업을 할 수 있는 해상이 2배로 넓어진 것이다.

또 수산연구기관들이 유해 생물로 규정하고 있는 해파리떼가 제주 해역을 통해 우리나라 연안을 습격하고 있다.

하지만 제주에는 중앙차원의 해양연구기관이 하나도 없다. 정부의 기관 이전 계획이 뭔가 맞지 않는 느낌부터 든다.

국립수산과학원이 운영하고 있는 조사 П 선박 13척의 운영계획만 보더라도 제주해역에 항시 배치된 것은 단 1척에 그치고 있다.

해양환경 변화라는 도둑에게 대문은 내주고 현관문만 잠그겠다는 것이다.

제주해역은 우리나라 모든 해역이 숨을 쉴 수 있게 해주는 곳이다. 단순한 표심 행정으로 간과해서는 안되는 곳인 것이다.

그렇다고 지역이기주의에 눈이 멀어 입맛에 맞는 것만 골라 먹겠다는 얘기가 아니다.

이미 결정된 것을 뒤집으란 말도 아니다. 단지 정부 해양연구 기관에서 종사하고 있는 해양학자들이 현재 앉아 있는 방석이 표심 행정가들의 아집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면 그것을 버리는데 먼저 나서 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현유섭·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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