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발’이 깊은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이제 며칠 있으면 개학인데도 시내버스 사태는 여전히 해결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아 걱정이 크다. 도대체 제주시당국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그동안 김영훈 시장이 점진안 사수에만 온 몸을 던져온 것은 익히 아는 사실이다. 그는 7·27주민투표 직전에 열린 제주시의회 정례회에서도 오로지 혁신안 저지에 몰두했다. 시내버스 파행운행으로 인한 시민들의 불편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았다. 시의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거의가 마음은 콩밭에 가 있었다.

특히 김 시장은 “현직 시장의 눈앞에서 지방자치단체로서의 제주시청 간판이 내려지려 하는데 가만히 앉아 직무유기를 해야 하느냐”고 목청을 높였다. 그러면서 “조국을 팔아먹은 이완용 같은 사람은 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런 뒤에 그는 점진안의 깃발을 더욱 높이 쳐들었다. 그러나 결과는 어떠했는가. 알다시피 제주시지역은 4개 시·군 중 꼴찌를 했다. 혁신안과 맞붙은 점진안이 거의 더블스코어 차로 완패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산남지역의 민의까지 뒤엎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김시장은 제주시민의 민의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 시민들은 김시장의 주민자치권 수호를 위한 충정에 냉소를 보냈던 것이다. 왜 그랬을까.

만일 김 시장이 정례회에서 이완용을 들먹일게 아니라 “현직 시장의 눈앞에서 시민의 발이 꽁꽁 묶여가는데 가만히 앉아서 직무유기를 해야 하느냐”며 시내버스사태 해결에 비장한 각오를 내비쳤으면 어땠을까.

제주시민들이 혁신안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여기에는 이번 시내버스 사태도 한몫 했을지 모른다. 이런 민생문제 하나도 제대로 풀지 못하는 기초자치단체가 과연 필요하느냐는 것이다. 또 그런 집행기관을 바라만 보는 시의회도 존재의 이유가 없다는 메시지인 것이다.

지금 제주시민들의 고통은 말이 아니다. 벌써 2개월째 시내버스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삼복더위에 무작정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의 분노와 원성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한번 김 시장도 버스로 출근을 해보라. 그러면 시민들의 고충을 조금이라도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 역설적으로 김 시장이 시내버스 사태이후 승용차를 버리고 버스로 출근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아마도 시내버스 문제는 더 빨리 해결됐을지도 모른다.

이번 시내버스 사태의 장기화는 가히 기록적이다. 그럼에도 여태껏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하다”는 담화문 하나 없다. 또 언제까지 시내버스를 정상화 시키겠다는 다짐도 들리지 않는다.

아직도 김 시장은 점진안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주민투표가 끝난 지난 1일 정례직원조회에서도 “권한쟁의 심판청구 결과가 남아있는 만큼 아직 끝난게 아니다”고 말했다. 그에게 있어 시내버스 사태는 아무래도 점진안보다 한수 아래인 것 같다.

이제 열흘이 지나면 개학이다. 그래서 걱정이 태산같다. 통학하는 학생들만이 아니라 졸지에 실직한 대화여객 노조원 가족들의 생계도 문제이다. 하루 빨리 실마리가 풀리지 않을 경우 사회문제로 비화될 우려가 높다. 그래도 김 시장은 점진안에만 집착하고 있을 것인가.
<진성범·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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