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제주감귤협의회 회의에서 결국 감귤 유통명령제를 재도입하기로 결론이 내려지게 된 데는 제주도의 강력한 재도입 의지가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해까지 2년 연속 도입된 유통명령이 감귤의 이미지를 제고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고, 생산자단체와 농민, 제주도가 모두 함께 노력한 결과라는 것은 도민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제주감귤협의회가 지난 5월부터 유통명령제 재도입 여부를 놓고 논의를 거듭하는 과정에서는 과잉생산이 되는 상황이 아니라면 강화된 감귤 조례만으로도 비상품 유통을 차단하기에 충분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에 무게가 실렸었다.

여기에는 지난해까지 대대적인 감귤원 폐원과 간벌, 열매솎기 참여 등으로 농가 스스로 뼈를 깎는 아픔을 감내하며 감귤을 살려야겠다는 의식이 확산됐고, 이제는 정부 차원의 명령에 기대지 않고도 농가 스스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으려는 노력이 정착 단계에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이는 더 이상 정부나 자치단체의 감귤 정책에만 매달리지 않고 대표적인 ‘정치 작물’이라는 오명을 씻어내기 위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의 표현이기도 했다.

이제는 생산된 감귤 물량의 수급 문제는 생산자단체에 맡기고, 도에서는 품종 개량과 품질 규제를 위한 시스템 도입 등에 더욱 주력해야 한다는 ‘역할 분담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도가 뒤늦게 유통명령 재도입에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나선 끝에 올해도 유통명령을 도입하기로 결론이 내려졌다.

이같은 도의 유통명령 재도입에 대한 강한 의지가 농가들을 위한 것이라면 도 스스로 선택한 과제인 만큼 정부와 공정위를 설득하는 문제부터 단속 과정까지 생산자 단체에 모든 일을 떠넘기려 하지 말고 끝까지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홍석준·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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