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1968년, 69년 두차례에 걸쳐 일본내 미군기지를 제주도로 이전하고, 제주에 공군·해군기지를 설치하는 방안을 미국측에 제의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26일 외교통상부가 공개한 ‘베트남전 외교문서(1965∼73년)’에 따르면 지난 68년 5월27일 워싱턴 미 국방부 회의실에서 열린 제1차 한미 국방각료회담에서 최영희 국방장관은 일본 오키나와 미군기지의 한국 이전을 타진했다.

최 장관은 당시 “일본에서 미군기지 철거 요청을 하고 있는데 한국에 이동해 올 것을 전적으로 환영한다”면서 “필요한 토지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닛즈 미 국방차관은 “막대한 예산이 드는 일이니 간단하게 할 수 없다”고 한발 물러섰다.

69년 6월3일 서울 국방부 제1회의실에서 열린 2차 국방각료회담에서 우리 정부는 주일 미군기지의 ‘제주 이전’을 직접 거명하며 공군과 해군기지를 설치해 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임충식 국방장관은 “일본에서 오키나와를 반환하라고 하는데 오키나와 기지를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걱정이 되어서 묻는데 답변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데이비드 패커드 국방차관은 “오키나와 기지는 이 곳(아태) 군사지역 전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일본과 미국 정부가 서로 지원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해결을 모색해 나갈 생각이다”고 답했다.

그러자 임 장관은 “우리 제주도에 공군기지하고 해군기지를 만들어 줄 것을 제의한다. 제주도에 만드는 것이 여러 가지 면에서 실질적이라고 생각한다”며 미군기지의 제주 설치 방안을 거듭 타진했다. 그러나 패커드 차관은 “제의에 감사한다. 제의를 염두에 두고 세계적인 기구를 포함해서 연구를 해나갈 것”이라고 원론적인 수준에서 답했다.

한편 이날 공개된 문서는 한국군의 베트남 추가 파병의 전제 조건에 대한 미국 정부의 양해사항을 담은 ‘브라운 각서’의 이행실적과 전쟁 기간 참전국 대상의 외교활동 문서 등 모두 49권에 7400쪽 분량이다. <서울=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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