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사회가 뒤숭숭하다. 주민투표가 끝나면 잠잠해질 것이라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고 말았다. 되레 지역양극화로 더욱 혼란스런 형국이다. 여기에다 개방에 대한 반대물결까지 가세해 제주는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시군폐지에 대한 산남지역 주민들의 반발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서귀포시에 이어 남군지역 민간단체들까지 행정계층개편 반대서명 운동에 가세했다. 이에따라 산남·북 갈등구도는 더욱 표면화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말에는 산남지역 새마을지도자들이 제주도새마을회 수련대회에 불참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김태환 지사가 참석하는 행사에는 일체 참여하지 않기로 결의했기 때문이다. 새마을운동이 시작된지 처음있는 일이다.

도와 시군의 대립각도 여전하다. 권한쟁의심판을 놓고서도 서로가 승리만 장담하며 으르렁 거리고 있다. 도지사와 시장 군수들이 얼굴을 맞대기도 불편한 처지이다.

의회도 마찬가지이다. 도의회와 시군의회가 헌법재판소에 대해 권한쟁의심판을 조속히 처리해주도록 건의한다는 총론에는 합의했지만 끝내 백지화되고 말았다. 모두가 속수무책인 것이다.

이런 판국에 제주특별자치도 기본계획안이 발표되면서 제주호는 더욱 요동치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교육계와 노동계, 그리고 의료계가 일어나서 무분별한 개방을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자명하다. 무엇보다 도민 삶의 질과 직결되는 전략산업 실천을 위한 구체적인 콘텐츠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또한 민감한 교육·의료·노동시장 개방에 대한 공론화 과정도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부친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런데도 김 도정은 그들의 목소리를 외면한채 임기응변으로만 위기를 모면하려 하고 있다. 타당한 부분이 있다면 법제정 과정에서 도민의견을 반영하려고 노력해야지, 싸잡아 집단이기주의로 매도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지금 제주사회가 대립과 혼돈의 수렁으로 깊이 빠져들고 있는 것은 도정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기 때문이다. 또 모든 것을 원칙에 따라 분명하게 처리하지 않고 적당히 얼버무리려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김 도정이 출범한지 1년이 훨씬 넘었는데도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그런 반면에 내년 선거를 의식한 김 지사의 정치적 입지와 행보는 더욱 강화돼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달 단행한 도의 정기인사가 대표적 사례이다. 오죽하면 도청공무원직장협의회에 이어 전국공무원노조 제주지역본부까지 “이번 인사는 김 지사의 차기선거를 위한 정실인사로밖에 볼수 없다”고 혹평하겠는가.

공무원노조는 “ 4개 시·군에는 고작 1∼2명씩의 승진인원을 배정하고, 제주도는 50명 넘게 승진했다”면서 “제주도는 도민을 위한 행정기관이라기보다 도지사의 차기 선거운동을 위한 정치공무원 양성소로 전락했다”고 비난했다. 이렇게 해서 과연 지역사회와 도민통합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겠는가.

최근들어 도지사의 영이 서지않는 것은 이런 연유에서이다. 무엇보다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든 큰 탈없이 소용돌이를 피해갈 구실뿐이다.

도대체 김 도정은 언제까지 특별자치도호가 이렇게 정처없이 떠다니는 것을 보고만 있을 것인가. 선장으로서의 확고한 의지와 강력한 리더십이 아쉽다.<진성범 /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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