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도망을 갔다. 그것도 도서관을 팽개치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지난 10일 제주중학교 교내는 도서관을 벗어난 책으로 가득했다. 다름아닌 이 학교가 펼친 2005 책축제인 ‘너희가 책이다’에서 책과 학생들과의 자유로운 만남이 이뤄졌다.

‘너희가 책이다’의 부제는 정말 도발적이다. ‘책들의 가출’이 그것이다. 이날은 제주중 4층 도서관에 있어야만 했던 책들이 그야말로 아이들을 즐겁게 만나러 집(도서관)을 떠난 날이었다.

책은 읽기만 한다는 사고방식도 이날 축제에서는 과감히 벗어던졌다. 학생들은 책을 만나기 위해 즐겁고, 이색적인 체험관을 지나쳤다.

체험관은 모두 10개의 주제로 나눠졌다. 책에서만 보던 환타지가 이날만큼은 현실의 것이 됐고, 예술가 박수근도 책이 아닌 학생들이 직접 그린 그림으로 만나기도 했다.

체험관의 하나인 ‘신들의 방’은 왜 신화는 우리 것을 읽지 않느냐에 반기를 들기도 했다. ‘신들의 고향’제주의 신화가 아닌 그리스·로마 신화에 빠져드는 학생들에게 우리 것, 특히 제주 신화의 즐거움을 나눠주는 소중한 자리로 변했다.

행사 기획을 맡은 이현미 교사는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추려 했다. 가출의 부정적인 사고를 벗어던지고 책이 학생들을 만나러 가출을 한 즐거운 행사였다”며 “책은 접하기 어렵지도 않고 ‘맛있는 것’임을 보여주려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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