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제주특별자치도의원 출마자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지난주 제민일보 지상에는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1백여명의 후보자가 처음 윤곽을 드러냈다. 선거구별로 인적사항이 일목요연하게 보도돼 추석연휴의 화두로 떠올랐다.

하지만 도민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거의가 함량미달이었기 때문이다. 그얼굴이 그얼굴이라는 중론이다.

내년 5월31일 선출되는 도의원은 명함부터 지금과 다르다. 단순한 도의원이 아닌 제주특별자치도의원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다 파격적인 지위와 막강한 권한이 부여된다. 고도의 자치권을 행사하고 특별자치도를 견제·감시하는 역할을 하게되는 것이다.

뿐만아니라 도의원들은 매월 6백만원 이상의 봉급도 받게된다. 도내에서 이만한 고액연봉자가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어느모로 봐도 국회의원 못지않은 자리이다. 벌써부터 정당마다 도의원 출마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것은 이런 까닭에서이다.

그러나 문제는 양보다 질이다. 특별자치도의원의 높아진 위상과 권능에 걸맞게 후보들의 품격은 물론 자질도 향상돼야 한다. 그러지않고서는 도의회를 혁신할수가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수와 변호사 의사 회계사 CEO등 각계의 전문가들이 도의회에 입성해야 한다. 그리하여 도의회의 판을 확 바꿔야 한다. 특별자치도에 걸맞는 도의회의 견제력을 강화하기 위한 필요충분 조건이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아직도 출마예상자들 속에는 이같은 각계의 전문가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현안사안이 터질 때마다 한마디씩 하던 그 수많은 전문가들은 다 어디로 숨었는가. 행여 흙탕물이 튈까 몸조심하는 것인가, 아니면 떨어지면 망신이라는 자존심 때문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아직도 도의회를 우습게 여겨서인가.

그러다보니 도의원 후보군들은 여전히 평년작을 상회하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 주변에서 맴돌거나 선거에 깊이 간여해온 정치지망생과 전현직 지방의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경력이나 자질 면에서 아무래도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평가이다. 이렇게 디지털 몸체에 아날로그 부속을 장치해서 특별자치도의회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수 있을지 걱정이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이 특별한 정치적 소신이나 이념도 없이 공천에만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데 있다. 정치적 성향이 달라도 공천이 보장되는 정당에 우선 기웃거리고 있는 형국인데 이렇게 해서 과연 정치적 역량을 소신껏 펼칠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방의원에 대해 유급제를 도입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고래심줄같은 도민혈세가 남아돌아서가 아니다. 전문성을 갖춘 새로운 인재가 지방정치에 유입돼야 한다는 여망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 만큼 이제는 각계 전문가들이 나서서 도의회의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켜야 한다. 그냥 장밖에 앉아서 가타부타만 해서는 도의회를 근원적으로 쇄신할 수가 없다. 할말을 해야할 지식인들이 손에 물한방울 묻히지 않고 다 된 밥만 먹겠다는 것은 이기적이고도 비겁한 일이다. 그래서는 제주의 발전과 미래를 기약할 수가 없을 것이다.

여야 정당들도 참신한 정치신인 발굴에 힘써야 한다. 엄격하고 투명한 공천심사를 통해 유능하고 개혁적인 전문가들이 도의회에 진출할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 삼고초려는 못할지언정….<진성범 /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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