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여당의 인기가 추풍낙엽처럼 계속 떨어지고 있다. 최근 한 언론사의 지지도 조사결과에 의하면 노대통령은 20%대, 여당은 10%대까지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의 추종세력과 당원들을 제외하면 사실상 지지하는 국민이 거의 없는 셈이다.

그들도 이런 끔찍한 사실을 전혀 모르지는 않은 것같다. 지난주 중국 방문길에 올랐던 문희상 의장은 “지금은 대통령도 여당도 민심쓰나미를 맞고 있다. 까불다가는 모두 휩쓸릴수 있으니 납작 엎드려 있는게 상책이다"고 했다. 성난 민심이 폭발직전이란 것을 충분히 알고 있는 것이다.

이보다 앞서 노대통령도 해외순방을 떠나는 기내에서 “대통령이 해외에 나가니 열흘은 나라가 조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불쑥 불쑥 내뱉는 발언 때문에 온나라가 시끄럽다는 것을 그자신도 잘 알고 있다는 말이다.

바로 이것이 문제이다. 말이라도 못하면 밉지나 않을 터인데 이렇게 다 알고 있으면서도 말들만 하고있으니 더욱 화가 나는 것이다. 사실 노대통령이나 여권의 현실인식은 틀리지 않았다. 또한 그 원인도 제대로 짚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에대한 해법과 대응이 엉뚱하다는 것이다. 실언이 문제라면 말조심을 하면 된다. 그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도 아니다. 실제로 노대통령이 탄핵에 휩싸여 세상과 담을 쌓고 조용히 있을 때 그의 인기도는 최고조에 달했다( 그래봤자 40%대를 넘어서지는 못했지만).

되돌아보면 그의 지지율은 실정(失政)보다도 실언에 의해 곤두박질 치는 경우가 많았다. 노대통령 자신도 더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왜 그는 끊임없이 실언을 해 스스로 지지율을 끌어내리는 것인가. 뜬금없이 폭탄발언을 할 때마다 깜짝 깜짝 놀라는 국민들이 재미있어서인가.

경제 때문에 민심을 잃고 있다면 마땅히 경제를 살리려 애를 써야지, 판을 갈아엎으려 해서는 안된다. 노대통령은 일전의 TV토론회에서 “지지율이 29%밖에 되지 않는 대통령이 어떻게 책임정치를 할수 있느냐”며 고이즈미식 도박을 부러워했다. 그런 고이즈미가 이제 예상밖의 대박을 터뜨린 터라 노대통령의 집착은 더 강해질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환상이요 착각이다. 고이즈미의 대승 뒤에는 경제부흥이 깔려있다. 만일 고이즈미가 일본경제의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지 못한 상황에서 중의원 해산이란 승부수를 던졌더라면 고배를 마셨을지 모른다.

따라서 경제가 죽을 쑤고 있는 한국에서는 노대통령이 아무리 ‘콩으로 메주를 쑨다해도’믿지 않을 것이다. 먹고 살기에 지친 서민들에게는 입에 풀칠하는 문제가 더욱 절실하기 때문이다.

어디한번 노대통령이 국민을 배불게하고 등을 따습게만 해보라. 그러면 지지율도 쑥쑥 올라갈 것이다. 뿐만아니라 그가 내놓는 정치개혁에도 관심을 가져줄 것이다.

문의장도 마찬가지이다. 그의 말대로 쓰나미가 몰려온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방도를 찾아야지, 어떻게든 위기를 모면할 궁리만 해서는 안된다. 그런데도 납작 엎드려 있어야 된다니, 과연 여당의 당수가 할 소리인가.

문의장은 “ 지금은 무슨 얘기를 해도 먹히지 않는다. 백약이 무효다”고 했다. 하지만 백약이 아니라 경제회생과 말조심이란 두가지 약만 잘 써보라. 얼마든지 민심은 되돌아올 것이다. 알고도 못고치는 병이야말로 특효약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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