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시장 런닝메이트제가 국회차원에서 처음으로 공식 제안돼 논란이 일고 있다. 제주도에 대한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은‘제왕적 도지사를 견제하기 위한 임기보장형 통합시장제’를 주문했다.

그러나 김태환 지사는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있다. 엊그제는 기자간담회에서 “런닝메이트제는 주민투표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점진안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나가겠다”고 해온 그의 공언은 허구인가. 이는 항간의 소문과도 일치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사실 김지사는 일찌감치 통합시장 임명제를 염두에 둔 행보를 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7·27주민투표를 전후해서는 시장 군수 출마를 준비해온 몇몇 예비후보들에게 그런 의중을 전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예컨대 모 인사가 “혁신안이 되면 군수에 출마를 못하는 것 아니냐”며 반발하자 “통합시장 하면 되는데 군수해서 뭐하느냐, 도지사가 임명해주면 통합시장이 되는 것이다”며 달랬다고 한다.

아직 당선도 되지 않은 도지사가 이런 언약을 농으로 한 것인지, 진실로 한 것인지는 종잡기 어렵다. 그게 농담이라면 당사자뿐만 아니라 도민을 우롱한 것이다. 인사의 중요성이나 당사자의 인격을 생각해서라도 그렇게 가벼이 장난칠 성격이 아니다.

반대로 그의 제안이 진심이라면 더 큰 문제이다. 선거를 겨냥한 매관매직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러잖아도 그는 인사때마다 정실인사의 시비에 휘말리고 있다. 이런 형국에 통합시장마저 선거공신들로 번갈아 임명한다면 논공행상의 극치란 도민적 비난을 면치못할 것이다.

물론 주민투표에 의한 혁신안은 지사가 통합시장을 임명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정신과 취지만을 따질 때가 아니다. 이미 혁신안은 최악의 투표율과 지역양극화로 많은 상처와 저항을 받고 있다. 점진안을 선호한 산남주민들이 끝까지 혁신안에 승복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도민사회의 갈등과 반목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점진안의 장점을 대폭 수용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지난달말 출범한 제주도민화합추진위원회도 점진안의 장점을 적극 수용 보완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렇다면 주민들이 사수하려는 점진안의 장점은 어떤 것인가. 주민자치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현이다. 이를위해 최소한 자치단체장 만큼은 주민이 직접 뽑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김지사가 점진안의 장점을 입에 담으면서 통합시장 임명권을 계속 고집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다.

그러잖아도 제주도가 추진하는 행정계층개편은 호랑이를 그리려다 고양이를 그린 꼴이 되고 말았다. 3단계의 계층구조를 2단계로 축소해 행정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것이 주목적이었는데 결국은 도와 통합시 읍면동등 3단계를 그대로 유지하게된 것이다. 종국적으로 기초자치단체의 자치권만 빼앗긴 셈이다. 주민들의 반발을 초래하는 절대적 이유이다.

따라서 도와 통합추진위는 실제로 점진안 장점을 살릴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런닝메이트제가 주민투표과정에서 분출된 반목과 갈등을 해소할수 있는 길이라면 적극 검토해야 한다. 도민들이 도정 주요 지휘관을 포괄적으로 선택할수 있도록 제도화하자는 것이다.

하긴 권력은 부자지간에도 나눠 가질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도지사 혼자서 모든 권한을 독식하려는 과욕을 부리다가는 탈이 날 우려가 높다. 국회 행자위원장도 도민통합이 없는 지원은 어렵다고 하지 않았던가. <진성범 /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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