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4·3사건 희생자 유족회는 지난 9월9일부터 청소년 4·3유적지 역사기행을 실시하고 있다. 1차 신창교 103명, 2차 의귀교 74명, 함덕정산고 159명, 3차 한림중 134명을 대상으로 도내 4·3유적지 역사순례기행을 했다.

제주도 위탁사업으로 4·3유족회가 주관하고 4·3연구소 연구원이 기행안내를 맡아줬다.

유적지기행은 서쪽으로 백조일손지묘, 섯알오름 학살터, 일제시대 만든 비행기 격납고, 현의합장묘, 동쪽으로 북촌리 너븐숭이 애기무덤, 선흘 주민은신처 동굴, 낙선동 성터, 다랑쉬굴, 그리고 필수코스로 4·3평화공원 등 학교별 코스에 따라 순례지가 달랐다.

백조일손 묘지에서 한 초등학생이 나에게 “할아버지, 이곳 묘에는 비석이 왜 하나도 없나요”하고 물어본다.

나는 56년전 132명의 할아버지, 할머니, 아저씨들을 섯알오름 탄약고에 집단으로 모아놓고 총살한 후 탄약고를 폭파시켜 시체를 찾아가지 못하도록 했다고 말해줬다. 그리고 5년이 지난후 시체 발굴을 하고보니 뼈들이 엉켜있어 누구의 뼈인지 몰라 대강 뼈들을 맞춰 묘를 똑같이 조성한 것이라 누구의 묘인줄 몰라 비석을 세울 수 없었다는 설명에 아이는 으스스 떨며 4·3의 아픔을 음미한다.

필수 순례지인 4·3평화공원 내 1만4373신위 희생자 영령들의 위패가 진열된 위패봉안실. 호기심 가득찬 학생들이 조잘되며 위패봉안실로 들어서는 순간 숙연해진다. 위패 진열상황을 보고 놀라는 모습이다.

학생들에게 마을별 진열 설명을 하자 자기 지역쪽으로 찾아가 조수리, 저지리를 지나 남원 의귀리, 한남리 쪽에 가서야 “우리마을 희생자가 이렇게 많네요” “하나, 둘, 셋… 야아, 많이 죽었네요” 한다.

한참 있다 “여긴 왜 이름이 없어요” “응, 얘는 어린이인데 1~2세로 이름을 짓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어린애도 죽었어요?” “그래, 10세 미만이 680여명이나 된단다” “아이 무서워…” 갖가지 질문이 이어진다. 4·3평화공원 견학과 유적지 2~3곳을 순례하고 끝마친다.

청소년 4·3역사기행은 현재 4개 학교가 마쳤고, 12월까지 접수 완료돼 많은 학교가 신청하고 있으나 예산 등의 문제로 실시하지 못해 안타깝다.

이번 기행이 희생영령들에게 위무를, 유족들에게 위로를, 학생들에게 4·3의 진실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김두연/제주도 4·3사건 희생자 유족회장>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